김태형·백재환 <므싀미르> 배경지 경남 고성

“만약 조선에서 공룡 화석이 발견된다면?”

by 서찬휘
20_상족암화석지_상족암내부.png 상족암


공룡! 거대한 몸집과 힘을 지녔을 이 지구의 옛 지배자들은 현재 오직 흔적만이 남아 사람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수많은 ‘만약에’를 떠오르게 한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 만약 멸종한 공룡들이 지금 인간 세상에 풀려 나오면 어떻게 될까? (영화 <쥬라기 공원>), 만약 우주 어느 행성에 공룡이 현재 살아가고 있다면 인간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 <고고 다이노 – 공룡 탐험대>) 등등...


그리고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므싀미르>는 또 다른 ‘만약에’를 던짐으로써 시작한다. 조선 시대가 한창이던 시기의 한반도에서 공룡 뼈가 발견된다면, 그 시기 우리네 양반님네들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웹툰 <므싀미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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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부터 3월까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 <므싀미르>는 ‘무서운(무싀) 용(미르)’이라는 뜻을 지닌 중세 우리말 표현을 제목으로 단 만화다. 조선 시대라는 실제 역사와 공룡이라는 소재를 섞어 만들어낸 팩션(팩트+픽션) 스토리로, 20회 분량으로 연재되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연재처인 네이버에서는 <므시미르>라고 검색해야 나오지만, 작중 표현은 명백하게 <므싀미르>라 적고 있는데 아마도 네이버 웹툰 주 이용층일 저연령층의 검색 접근성을 고려한 선택이었으리라.


때는 예송논쟁이 한창이던 조선 17대 임금 현종 15년(1674), 경남 고성 땅에서 용골(용의 뼈)과 거대한 발자국이 발견된다. 적장자가 아니었던 현종 임금을 둘러싼 정통성과 권력의 주도권을 두고 임금과 신하, 또 신하와 신하 사이에 일어난 충돌이라 할 수 있는 예송논쟁이 일어나던 시기는 온갖 자연재해와 대기근이 들이닥쳤던 시기다. 이 시기엔 굶어죽는 이들도 많아 민심이 몹시 흉흉했다. 이런 때에 고성에서 용골과 용의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내의원 참의 ‘오봉팔’은 용골을 임금에게 바칠 약재로 쓸 생각이었지만, 정국을 주도하던 서인 당파에서는 민심이 흉흉해진 근원인 자연재해와 기근을 자기들이 주장해 온 체이부정(體而不正, 왕가의 종통을 이었으나 적통은 아님. 현종이 적통이 아니므로 정통성이 약하다는 점을 일컬음)과 연결 지음으로써 임금과 정국을 당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고 싶어 하던 차에 때마침 등장한 용골을 활용하려 한다. 그리고 이 사이에서 오봉팔의 친우이자 승정원 주서인 ‘박춘봉’은 당파와 상관없이 평소 용에 관한 관심이 남달리 지대했던 인물로, 용골 발견 소식을 듣자마자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든다.


고성의 용골을 둘러싸고 각자의 목적과 욕망과 덕심(?)이 교차하는 가운데, 재위 시작부터 끝까지 자기 적통을 두고 일어난 논쟁에 지겹도록 휘둘렸던 현종의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한다. 정통성 문제가 걸린 임금의 건강과 정국의 향방이라는 왕조 국가 최대의 화두가 걸린 사태 앞에서 과연 고성 바닷가의 용골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리고 박춘봉은 문자 그대로 꿈속에서까지 그리던 용골을 온전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까? 웹툰 <므싀미르>는 이렇듯 아직 실학이 등장하기 전이었던 이 시기에 공룡 뼈와 발자국이 발견됐다면 조선의 사대부들이 어떻게 움직였을까-라는 상상을 권력의 충돌점 위에 그럴싸하게 풀어놓는다.


작가는 공룡끼리의 호쾌한 대결을 그리는 괴수물의 클리셰를 벗어나고 싶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청국장에 딸기 크림을 섞은 것 같은” 조선과 공룡의 조합은 임금부터가 성리학자의 최정점에 서 있어야만 했던 유교 국가 조선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했을 ‘예를 둘러싼 정치적 충돌’과 ‘임금의 건강’으로 시간적 제약을 만들어냄으로써 상당한 긴장감과 박진감을 자아내는 데에 성공한다. 게다가 공룡은 뼈만으로도 느껴지는 압도적인 위력을 지니고 있어 권력과 위력을 은유하는 대상이자, 동양권에서는 그 자체로 임금을 상징하는 상상 속 동물이기도 하니 둘의 결합이 생뚱맞다고만 보긴 어렵다. 그림의 스타일이나 여주인공의 조형, 내용의 무게가 네이버 웹툰의 주 독자층이 좋아하는 쪽과 거리가 약간 있었던 점이 이 만화의 진가를 다소 묻히게 하는 경향이 있다.



<므싀미르> 주요 배경이 한 데 모인 곳, 상족암 군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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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싀미르>는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역우수문화콘텐츠 발굴 및 마케팅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된 작품이다. 작품의 무대가 된 경남 고성은 1982년 1월 하이면 덕명리 해안 일대에서 국내 최초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곳으로 군 곳곳에서 발자국 화석 수천 여 개와 알 화석이 발견되어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과 함께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로 꼽힌다. 고성은 지자체 차원에서 ‘공룡 수도’를 자처하고 있으며 2006년 이후 2009년, 2012년, 2016년 네 차례에 걸쳐 공룡을 소재로 한 박람회 ‘경남 고성 공룡 세계 엑스포’를 연 바 있다. <므싀미르>는 이러한 고성의 공룡 화석 발견지들과 관련 명소들을 작품 속 배경에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므싀미르>의 주 배경지로 등장하는 곳은 발자국 화석이 처음 발견된 하이면 덕명리 해안 일대로 ‘상족암 군립공원’으로 구분되는 곳이다. 작중에서는 각종 공룡 발자국과 용골이 발견되는 곳이자 중요한 대목마다 꼬박꼬박 등장하는 곳이다. 상족암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겹겹이 층을 이룬 모습이 밥상다리인 상족(床足)을 닮았다는 설과 양발로 선 모양에 따라 쌍발, 쌍족(雙足)이라 불렀다는 설이 있다.


이곳을 둘러보는 방법으로는 공룡 박물관을 먼저 들러 관람하며 여러 가지 공룡 관련 지식을 얻은 후 상족암 쪽으로 내려가 해안가 화석지를 따라 조성된 공룡길을 걸어 병풍바위를 거쳐 맥전포항까지 걷는 방법을 추천할 만하지만, 입장료를 낼 것 없이 상족암만 보고 싶다면 중간 지점인 제전마을 쪽에서 출발해 같은 코스의 역방향으로 상족암까지 걸어올 수도 있다. 다만 공룡 박물관에 재미난 볼거리들과 학습 자료들이 많은데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풍경이 제법 근사한 편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화석이나 재현품들은 작품 속 소품으로 곧잘 반영되어 있으니 관람하며 한 번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고, 공룡을 소재로 한 카페나 놀이터가 잘 마련돼 있다. 다만 식사는 돈까스와 우동, 과자 정도가 고작이니 웬만하면 도시락을 준비해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차비를 포함한 입장료는 성인 1인당 3천원, 36개월 이상 된 어린이는 천5백 원이다.


상족암 군립공원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상족암으로 작중에서는 안의 동굴에서 공룡 화석을 바위에서 발라내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동굴 안쪽이 작품 속에서만큼 넓지는 않다. 다만 바깥과 통해 있는 동굴 입구 두 곳이 말 그대로 프레임이 되어 근사한 촬영 포인트를 제공해주는 터라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매우 좋아 보였다. 파도가 적절히 쳐 오는 장면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긴 한데 다만 내가 갔을 때 일부 커플이 자리를 독차지하고 매우 오랜 시간 비켜주지 않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더라는 건 옥에 티였다. 바깥으로 나오면 역시 작중에서 주인공 박춘봉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전달해주는 공룡 발자국 화석지들이 나온다.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을 그대로 허용하고 있어 놀랍긴 하였으나, 그 겨를에 바로 앞에서 공룡 발자국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 해안선을 따라 쭉 이어지는 발자국 화석 산지와 그 주변의 각종 퇴적층, 그리고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주상절리 절벽인 병풍바위의 위용은 그야말로 훌륭했다. 이 가운데 병풍바위는 상족암 쪽과 더불어 작중 후반부의 급박한 전개를 받아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상족암 군립공원을 즐기는 방법은 이와 같이 공룡길을 따라 걷는 방법도 있지만, 유람선을 타는 방법도 있다. 상족암 서쪽 자락에 자리한 덕명항(지도에서는 ‘상족암 유람선’으로 검색하면 나옴)에서 출발해 군립공원 쪽의 곳곳을 유람하는 코스로 유람선을 타면 병풍바위 코앞까지 닿을 수 있다. 공룡길 곳곳의 화석 산지를 구경하고 싶다면 걷기를, 멋진 풍경을 멀리서 편하게 조망하고 싶다면 유람선을 타 볼만 하다. 유람선은 덕명항에서 1시간 30분짜리 1코스가 성인 1만5천 원 소인 8천 원, 2시간짜리 2코스가 성인 1만9천 원 소인 1만 원, 3시간짜리 3코스가 대인 2만3천 원 소인 1만2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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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족암 외의 배경지들과 그 외 공룡 명소


고성의 공룡 발자국 화석은 상족암 군립공원과 박물관이 가장 유명하고 <므싀미르>도 대부분 이곳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경남 고성은 14개 면 가운데 10개면에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될 만큼 곳곳이 공룡과 연결점을 지니고 있다. <므싀미르>도 상족암 이외의 공간을 곳곳에 배치해 놓고 있다.


상족암 군립공원에서 동쪽으로 약 30km 가량 떨어진 곳에 고성 남산공원이 있다. 남산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어놓고 약 1km 가량 산길을 오르면 남산정이라는 정자가 나온다. 작중에서는 주인공인 박춘봉이 내의원 참의 오봉팔이 술잔을 나누며 공룡의 몸 구조에 관한 생각을 격정적으로 내뱉던 곳이다. 고성공룡박물관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 풍경도 좋지만 남산정은 고성읍과 한려수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맛이 또 각별하다.


멀리 보이는 다도해의 풍경에 풍류라는 표현이 절로 생각났으나, 점심나절까지는 멀쩡히 맑았던 하늘이 산을 오르는 10여 분 사이에 갑자기 어두컴컴해지더니만 비를 쏟아내는 바람에 쫄딱 젖고 말았다. 재밌게도 그 꼴로 공원을 내려와 차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에 해가 뜨더니 구름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홱 걷혔다는 점이다. 나는 이대로 질 수 없다는 심정으로 산을 다시 올라서 햇살 아래 풍경을 다시 보고야 말았다.


36_고성남산공원_남산정.jpg 남산정


상족암 군립공원에서 북동 방향으로 40km, 고성 남산공원에서 북서 방향으로 27km 정도 차를 달리면 연화산 도립공원의 옥천사가 나온다. 해안가에서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이곳 옥천사 계곡에서도 공룡 발자국 화석이 있어 고성군 일대의 공룡 서식 분포를 짐작케 한다. 옥천사 계곡의 공룡 발자국 화석은 작품 속에서 또 다른 주인공 격인 약방 여인 ‘연이’가 박춘봉에게 산 속에도 해안가에서와 비슷한 발자국이 발견되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데려온 곳으로 묘사된다. 발자국 화석지가 자리한 주차장은 산 아래쪽 입구 근처에 자리하고 있으며, 연화사 주차장은 이보다 조금 더 올라가 매표소를 지나야 한다. 문화재구역 입장을 명목으로 성인 1인당 1300원을 받는다.


매표소 뒤 주차장에서 계곡을 끼고 약간 등산을 하면 옥천사가 나온다. 신라 때인 670년 창건한 오래된 절이다. 임진왜란 때에는 승병의 군영 역할을 한 사찰로 왜병의 손에 불타 1700년대에 원래 규모보다 더 크게 중건했다고 하고, 1920년대에는 경남지역 독립운동의 근거지로 쓰였다고 한다. 작중 시대배경이 현종 15년(1674)으로 선조 25년(1592)~31년(1598)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양란 이후라, 작품 속에서는 타다 만 기둥만 선 형태로 묘사돼 있다. 널찍한 앞마당과 함께 성채 같이 묵직하게 내부 구조물을 감싸고 있는 자방루 문을 넘어 들어가면 대웅전과 더불어 명부전 나한전 칠성전 등이 비교적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이채로운 느낌을 준다. 오랜 역사와 한 때 화엄 10대 사찰로 꼽히기도 했던 명성에도 큰 도시의 대형 사찰이 주는 물신숭배의 느낌 없이 비교적 소박한 인상을 주는 점이 독특했다. 대웅전을 마주보고 오른편으로 가면 절 이름의 유래기도 한 샘이 있으니 한 바가지 마시고 오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가 볼 곳은 당항포 관광지다. 이곳은 경남 고성 공룡 세계 엑스포가 열렸던 곳으로, 상족암 군립공원이 고성군 공룡 명소의 서쪽을 대표한다면 당항포는 동쪽을 대표한다. 엑스포는 끝났지만 공간은 남아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므싀미르> 속에서는 배경지로서 별달리 묘사된 바는 없으나 공룡과 관련한 공간을 찾는다면 들러 볼 만하다. 야외 공간의 공룡 동산에 자리하고 있는 공룡 조형물의 종류나 규모가 상당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야영지도 잘 돼 있는 편이니 색다른 여행을 꾀하는 사람이라면 천막을 들고 당항포에 가 볼 만하겠다.


48_당항포관광지_공룡의문.JPG 당항포 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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