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 <아기공룡 둘리> 배경지 서울 쌍문동, 우이천

둘리 빙하길 여행과 둘리 테마 거리 구경

by 서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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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보고~ 조리 봐도 음음~ 알 수 없는 둘리~ 둘리~ 주제가 첫 소절만으로 숱한 사람들을 단번에 추억으로 빠트릴 만한 국민 만화이자 국민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지금은 초통령(초등학생의 대통령) 자리를 뽀로로에 이어 타요에게까지 물려주긴 했지만 누가 뭐래도 원조 초통령 하면 단연 둘리였던 시절이 있었다.


1983년 만화 등장 이래 TV 애니메이션으로, 캐릭터로 광고로 그리고 다시 극장 애니메이션과 새 TV 애니메이션으로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거듭하며 끊임없는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는 <아기공룡 둘리>. 이번 여행에서는 작중에서 둘리가 타고 온 빙하가 어떤 경로를 거쳐 고길동 씨네 근처까지 흘러 들어가 딸 영희에게 발견되었는가를 직접 좇아 보았다.



한강에서 중랑천으로 – 옥수역 2번 출구에서 동쪽으로 5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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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공룡 둘리> 첫 TV 애니메이션 주제가의 두 번째 소절에서 보이듯 둘리는 빙하타고 내려와 친구를 만난다. “어떻게 빙하가 연어도 아니고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냐”라고 굳이 묻지는 말자. 어쨌든 빙하는 강화도 좁은 물길도 요리조리 잘 피해 한강을 80km 가량 거슬러 올라온 후, 만화 연재 당시에는 아직 짓고 있었던 다리 교각에 부딪쳐 잠시 멈춰선 후, 소문을 듣고 달려온 생선가게 사람들에게 해체당해 대폭 축소된 후 이동하여 1차로 한강의 중요 지류인 중랑천 쪽으로 진입해 들어간다. 건축 중이었다는 점과 작품 연재시기에 맞추어 보면 이 다리는 한강 15번째 다리 동호대교(구 명칭 금호대교)로, 수도권 지하철 3호선 옥수역(참고로 공포 웹툰 <옥수역 귀신>의 무대가 된 곳. 경의중앙선 역사가 아닌 3호선 역사)과 압구정역을 잇는 전철교이자 2차선 도로교가 양쪽에 복합되어 있는 큰 다리다. (* 이후 김수정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 부딪친 곳은 한강대교로 정리되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19년 제작한 만화 속 배경 여행 영상판 둘리 빙하길 여행 편 인터뷰 참조. 동호대교는 이에 따라 둘리의 빙하가 중랑천으로 가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거친 한강 다리로 정리한다)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합수부는 경의중앙선 옥수역과 음봉역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로는 강변북로를 타고 달리다 동부간선도로로 옮겨 타기 직전 건너는 곳이기도 하다. 음봉역에서 내리면 합수부를 조망하기 어려우므로 옥수역에서 한강 산책로로 내려가 음봉역 방향으로 걷는다.


약 300여m쯤 걷다 보면 지금은 사라진 한강의 섬 저자도(楮子島)와 관련한 안내문이 서 있다. 저자도는 본래 중랑천이 청계천과 만나고 다시 한강과 만나면서 물이 실어 온 토사가 쌓여 형성된 삼각주로 닥나무가 많고 풍경이 수려했다고 한다. 1970년에 압구정동 택지 조성 과정에서 섬의 흙과 모래를 퍼내 활용하면서 그야말로 물속으로 사라졌는데, 만약 그대로 있었다면 둘리가 탄 빙하가 걸리면서 <김씨 표류기> 아닌 <둘리 표류기>를 찍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로 영화 <김씨 표류기>의 무대는 역시 여의도 제방 공사용 골재 채취를 목적으로 폭파돼 사라졌다가 자연 퇴적으로 다시 생성된 밤섬인데 저자도가 있던 자리에도 흙이 다시 쌓이고 있다 하니 어쩌면 수 십 년 후에는 이 섬을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저자도 안내문 즈음에서 동쪽으로 200여m 가량 더 가는 길 사이가 중랑천의 끝자락과 한강 본류가 만나는 합수부, 그리고 동호대교를 가장 적당한 거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둘리가 탄 빙하의 흐름을 움직임을 상상하며 바라보도록 한다.



중랑천에서 우이천으로 – 석계역에서 동쪽으로 4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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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 무렵에서 발원한 중랑천은 의정부와 서울 도봉구를 지나며 우이천과 청계천과 합쳐지면서 한강에까지 이른다. 둘리를 태운 빙하는 동호대교에 걸렸을 때 사람들이 깨 가면서 다소 앙상해진 양상으로 중랑천으로 진로를 꺾어 올라오다 다행히(?) 청계천이 아닌 우이천 쪽으로 진입해 들어온다. 1983년 무렵이면 아직 청계천이 복개돼 있었을 때인지라, 청계천으로 들어왔으면 아예 사람들 눈에 들지도 못한 채로 복개 구조물 아래에서 미지의 괴 생물체로 <엘리게이터> 같은 영화 소재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


중랑천-우이천 합수부는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석계역 근방에 자리하고 있다. 우이천 끝자락은 석계역 역사 안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실제 합수부는 역에서 동쪽으로 400m 가량 옆에 위치하고 있다. 중랑천도 그러하지만 사실 우이천도 수심이 낮은 편이어서 빙하가 움직이기 좋은 조건은 아니긴 한데, 1980년대만 하더라도 중랑천이나 우이천이 큰 비만 오면 상습 침수 소식으로 유명했다는 점으로 설명해 봄직 하다. 실제로 작중에서 둘리가 영희와 만나던 날에도 비가 오고 있었다.


실제로 중랑천과 우이천이 만나는 합수부에는 현재는 자전거와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다리와 물을 아래로 내려뜨리는 구조물이 들어서 있어 분위기를 깨기는 하지만, 역시 1983년 무렵에는 없었다고 생각하며 빙하의 움직임을 상상해 본다. 중랑천과 우이천은 청계천과 더불어 조선시대부터도 수질이 과히 좋지는 않았던 모양이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홍수 방지와 수질 개선이 이루어져 합수부 즈음에도 왜가리를 비롯한 다양한 새들이 물고기 사냥을 하며 노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고길동 씨네 근처로 – 쌍문역과 둘리뮤지엄, 둘리 테마 거리와 우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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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천-중랑천 합수부에서 약 5.5km가량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성북구와 노원구를 지나 도봉구에 들어서게 된다. 서울시 도봉구는 경기도 부천시와 더불어 둘리를 기념하는 일로 다퉜을 만큼 둘리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곳으로, 부천이 둘리 거리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둘리의 고향으로서 유일한 상징성을 획득하기도 했다.


실제로 도봉구는 작품 속 고길동 씨네 집을 비롯해 작중 무대 대부분이 도봉구 쌍문동임을 근거로 둘리의 공공 사업화에 열을 올려 왔다. 도봉구는 2006년부터 둘리뮤지엄 건립을 준비해 2015년 6월 24일 문을 열고(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산240-5) 이후에 수도권 전철 4호선 쌍문역을 둘리 테마역으로 2016년 11월 25일 조성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쌍문역과 둘리 뮤지엄 주변의 노해로와 도봉로 3km 일대를 둘리 테마 거리로 조성했다. 쌍문동이 근래 들어선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무대로 더 잘 알려지긴 했지만 역과 뮤지엄, 우이천을 중심으로 둘리가 부각되는 점이 반갑다.


2016년 봄까지만 하더라도 박물관만 연 상태여서 우이천과의 맥락성도 떨어지고 박물관 직원들조차도 쌍문동이라는 공간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난점이 있었지만 몇 년 사이에 꾸준히 빈 부분을 채워나가 현재는 볼거리가 꽤 다양해졌다. 현재 쌍문역과 둘리 뮤지엄 주변에는 우이천에 이르는 공간에 둘리와 엮이는 공간들에 무엇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시설과 이정표들이 설치돼 있으며 거리 곳곳에 둘리네가 자리하고 있어 반가움을 더한다.


아닌 게 아니라 2016년만 하더라도 이정표나 조형물이 아무것도 없어 서운했던 데에 비하면 상전벽해 같은 일이다. 재밌는 건 그 사이에 동네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꽤 끼친 모양인지 사진을 찍을 때 협조적으로 비켜주거나 재밌지 않느냐며 함박웃음을 지어주는 경우가 놀랄 만큼 많았다. 만화의 공공적 활용의 긍정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쌍문동에 닿는 방법에는 앞서 합수부에서 우이천을 따라 쭉 걸어오는 것도 있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쌍문역에서 발걸음을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테마 역사로 조성된 쌍문역내외부를 구경한 다음 바로 우이천을 보러 간 후 둘리 뮤지엄을 관람하는 방법이 있고, 반대로 둘리 뮤지엄을 먼저 본 후 그 길로 둘리 테마길을 따라 우이천으로 향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둘리 테마거리의 볼거리를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쌍문역에서 둘리뮤지엄으로 이동한 후 우이천으로 향하는 후자를 추천한다.


쌍문역에서 둘리뮤지엄으로 가려면 쌍문역 4번 출구에서 도봉로를 따라 정의여중 교차로 방향으로 260m 가량 북진 후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꺾어 노해로를 따라 700m 가량을 가면 나오는 숭미초교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200m 정도 꺾어 올라가면 된다. 쌍문역에서 도봉07 마을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


둘리 뮤지엄을 구경하고 나면 노해로를 따라 우이천으로 걸어서 이동하거나 둘리뮤지엄 정류장에서 1119번/1128번 지선버스 또는 숭미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도봉01 마을버스를 타고 쌍문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하지만 가급적 이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길 바란다. 둘리네 캐릭터 조형물들이 정말 곳곳에 재밌게 배치돼 있어 차로 지나가기엔 아까운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앱을 이용하면 조형물마다 연관된 증강현실(AR)도 만날 수 있다지만 안타깝게도 안드로이드 전용이다. 앱은 내비게이터도 내장하고 있어 코스를 짜는 데에 도움을 준다.


노해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쌍문1동 주민센터와 소방서, 경찰서 등을 만날 수 있는데 이들 공공기관 곳곳에도 둘리네가 자리하고 있다. 주민센터에 가면 둘리 명예가족관계등록부를 한 번 떼어보도록 하자. 주민등록증 발급을 부천시에 빼앗긴 대신 도봉구가 발급해주고 있는 기본 증명서다.


노해로에서 우이천을 만나 천변 산책로로 내려가면 오래지 않아 둘리 벽화들이 등장한다. 본래 쌍한교와 수유로 사이에 일부 조성돼 있던 둘리 벽화는 현재 노해로와 우이천의 접에 선 쌍문교 무렵부터 이어져 있을 만큼 쭉 확장돼 있다. 둘리 캐릭터의 변천사부터 광고에 등장했던 둘리네 모습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료(?)들이 벽화로 묘사돼 있는데 그림의 질에 약간 아쉬움이 있기는 하나 상당히 긴 공간을 잘 활용해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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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한교에서 수유교를 지나 동쪽으로 250m 가량 이동하면 운동 시설 등을 갖춘 작은 하천 공원(서울 강북구 수유동 647-4)과 우이천을 끼고 마주한 곳에 둘리네 조형물이 있다(서울 도봉구 쌍문동 550-1). 이 즈음이 바로 고길동 씨의 딸인 영희가 빗속에서 둘리를 발견한 곳이다. <아기공룡 둘리> 만화에서는 그야말로 정비 안 된 동네 하천가처럼 묘사돼 있는데 바로 이곳이다. 조형물 뒤편으로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전망대가 조성돼 있고 “이곳이 둘리가 발견된 곳”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안타깝게도 2019년 2월 현재 전망대의 망원경은 고장이 나 있지만, 이곳에서 동쪽(전망대에 서서 왼쪽 방향)을 바라보며 ‘저기서 빙하가 거슬러 왔겠구나’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여기까지 보고 바로 옆 우이교를 타고 올라가 쌍문역으로 돌아가도 되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면 쌍한교 방향으로 250m 정도만 돌아가 보자. 벽화도 한 번 더 전체적으로 조망할 겸 해서 건너편으로 건너가서 구경해도 좋다. 한일병원과 그 뒤를 감싸듯 서 있는 쌍문삼성래미안아파트(서울 도봉구 우이천로 328)가 있다. 이 즈음이 바로 작중에서 고길동 씨네로 설정돼 있던 곳이자, <아기공룡 둘리>의 작가 김수정 선생이 처음 세를 살았던 곳이다. 근처 집을 사다가 고길동 씨 생가 복원(?)을 한다는 소식이 있기도 하였으나 더 진척은 안 된 모양이고, 둘리 뮤지엄에도 담벼락 정도를 비슷하게 꾸며놓은 정도다. 2016년 이후에 꾸준히 더 나아졌으니만큼 언젠가는 고길동 씨네를 진짜로 구경할 수 있는 날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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