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찬휘입니다.
만화가 윤서인이 3월 12일 16시 38분, 전날 세상을 떠난 고 이우영 작가를 조롱했습니다.
윤서인은 지난 2019년 만화 제작으로 참여한 <공산당 선언>을 언급하며 "이 분 혹시 공산주의 만화를 그리시는 분 답게 자신의 사유재산인 저작권도 남들에게 평등하게 다 나눠주신 거 아닐까"라고 언급했습니다. 윤서인은 "혹시 어렵게 느껴진다면 영화 '신과 함께' 원작 만화가처럼 돈과 자본에 일찌감치 눈을 떠서 계약도 잘하고 수익도 알뜰하게 잘 챙겨서 막대한 부를 쌓은 훌륭한 동료 작가들에게 계약 전에 허심탄회하게 문의해보시면 되겠다" "더 이상 만화가들이 경제적인 지식의 부재로 인해 손해보는 계약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와 같은 말도 했더랬습니다.
하….
윤서인 씨, 아무리 대표작이 고작 <조이라이드>기로서니 이렇게까지 관심을 갈구하면 어쩌나 싶습니다. 당신의 이름 석 자 언급하는 것조차 당신이 세상 사는 즐거움을 더해드리는 일 같아 매우 껄끄럽습니다만…… 당신이 남긴 짧은 문구들이 당신이 세계와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틀 한 가지를 전혀 모르는 부류임을 잘 드러내고 있단 사실은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 많은 이들이 마르크스를 읽는 까닭은 공산주의를 추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에 품었던 문제의식에서부터 일련의 실패에 이르는 과정까지를 이해하고 복기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공산주의를 표방한 국가들 태반이 실패한 것과는 별개로 자본주의의 모순 또한 분명하기 때문이지요. 그 양립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알기 위해서라도 마르크스의 저술과 마르크스주의라는 분석틀은 주효합니다. 그게 자본론과 공산당 선언이 사실상 냉전 종식과 함께 공산 진영이 실질적으로는 무너진 - 표면상 말고 - 현재에까지 읽히는 까닭입니다.
이렇게 쓰는 게 당신에게 무슨 의미겠습니까만, 망자가 뭘 그렸다는 걸 찾아보고 그제야 냅다 검색해 보고선 가슴 설레하며 낄낄댔을 낯짝을 떠올리자니 적어도 이 날 무슨 일이 있었나는 남겨놓아야 할 것 같아서 적습니다.
2023년 3월 12일은 윤서인이 고 이우영 작가에게 <공산당 선언> 만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저작권을 나눠준 게 아니냐며 애먼 작가까지 끌고 와 조롱한 날입니다. 인문학도들이라면 뒷목을 잡을 일이고, 이우영 작가 유족과 느닷없이 끌려 나온 주호민 작가로서는 고소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입니다. 적어도 노동자 없애야 하고 친일 해야 한다는 천공과 그 제자 대통령에게 박수 치며 좋아할 위인들이라면 저런 글귀에 동감이 될 것이나, 나는 이 타이밍에 윤서인 당신을 애써 걱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신 계약 사항에는 불평등 조항, 부당한 내용 같은 거 추호도 없겠지요? 그렇다면 차라리 안심을 해 주겠습니다.
당신은, 계약은 하고서 그린 거 맞지요? 걱정되어 하는 이야기입니다.
신문 연재물이란 게 태반이 그런 거 안 하고 진행되는 거 알아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때요?
마지막으로 레디앙에 연재된 <공산당 선언> 만화에 달린 작가의 작품 소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작품 기획과 구성에 대한 작가의 소개 글>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나온 지 어언 300여년이 돼갑니다. 애초에 자본주의는 풍요를 외치며 대중을 유혹했지만, 현재 빈부격차는 사상 최대이고 우리나라 노조 결성률은 암담한 수준입니다.
언젠가 알랭 바디우가 레닌의 말을 인용해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했다지요? 이에 많은 대중이 ‘공산당 선언’을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화로 만들면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여러 권의 ‘공산당 선언’을 참고해, 최대한 본문의 맛을 살리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난해한 구절은 맥락에 맞게 쉽게 풀겠습니다. 당시의 사회와 현 사회 상황을 자주 비교하여 현실감을 높이겠습니다. (김부일, 이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