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만화유산 답사기> 못 다 한 이야기 (9)
제 2018년 3월 출간작 <나의 만화유산 답사기> 중 분량 초과 문제로 다 싣지 못한 내용들을 마저 소개합니다.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하느냐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로다
<사의 찬미>는 우리나라 최초의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1897~1926)이 부른 노래로 요시프 이바노비치(Iosif Ivanovich)의 관현악곡 <도나우 강의 잔물결>에 윤심덕이 직접 번안 가사를 붙여 불렀다. 원래는 취입할 예정이 없었다던 이 노래를 부른 이틀 뒤 윤심덕은 대한해협을 지나던 관부연락선 위에서 연극인이자 극작가인 김우진과 함께 몸을 던져 자살했다.
애절하고 슬픈 음조 위를 따라 흐르는 윤심덕의 노랫말, 죽음을 찬미한다는 제목 그리고 이틀 뒤 내연남이라 할 수 있었더 유부남 김우진과의 비극적인 정사(情死). 죽은 이들은 말이 없다. 이 땅 최초의 소프라노지만 시대적 한계로 더 이상 바라는 만큼의 성장도 지원도 얻을 수 없었던 윤심덕이 죽음을 결심하기까지 심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터다. 하지만 그러한 배경과는 아랑곳 없이 <사의 찬미>라는 노래 하나를 두고 늘어선 일련의 소식은 대중의 호기심과 뒷말을 만들어내기에 너무나 최적의 재료였다. <사의 찬미>는 곧바로 유행가의 반열에 올랐고, 그 과정은 지금의 대량매체를 통해 복제를 거듭해야 달성할 수 있는 대중문화의 흥행공식 그 자체였다. <사의 찬미>는 그야말로 윤심덕의 자살이 완성해 낸 가십성 미디어 센세이션이었다.
사진은 윤심덕의 <사의 찬미> SP판. 2015년 7월 19일 일본 야후 재팬 온라인 경매에서 520여만 엔에 낙찰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판에 적힌 "결사의 독창"이라는 문구가 새삼 애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