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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선 Nov 29. 2020


장은ㅡ 콩을 심고 길러 수확하고, 삶아서 찧고, 메주를 빚어 띄우고, 항아리에다 담는 것이다. 물론 마트에서 간단히 집어드는 것 역시 장이다.

이제 웬만하면 몸이 고단한 일들은 안 하셨으면 한다. 하지만 식구들 먹을 건 직접 해야 안심이 된다는 엄마는 기어이 올해도, 볏짚까지 야무지게 엮어 메주를 매달았다.

마음이 오고가는 데는, 어딘가 허술한 것들이 좋다. 이리 저리 애썼을 모습을 상상한다. 한참 애먹다가 마지막에 지었을 머쓱한 웃음을 떠올린다. 근사한 구색보다 전하고픈 마음이 우선인 순수한 의도를 느낀다.

그냥 플라스틱 통에다 엄마가 푹 떠서 담아준 집 고추장 된장을 먹을 때마다, 통통하게 여문 콩깍지와 네모지게 메주를 빚는 엄마의 큰 손을 보던 습관이 들어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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