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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선 Nov 11. 2019

<황혼의 허니문> 프롤로그

올망졸망 오남매 부모에서, 오공오삼 세살차이 부부로


 시작은 단순했다. 취업하면 부모님 모시고 여행 가야지! 그런데 아빠가 퇴직 후 재취업하시는 바람에, 취업하고나서도 좀더 기다려야 했고 그 사이 꿍꿍이를 살찌우며 황혼의 허니문이란 예쁜 이름표를 붙였다.

 그냥 우리 엄마아빠를 위한 추억 만들기에서- 부모님과 즐거운 여행을 하고 싶은 자녀들이나, 황혼기에도 변함없이 로맨스를 유지하고픈 부부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박하고도 거창한 꿈까지 품었다.

 첫 여행지는 제주도. 여행기 한 줄 한 줄마다 정성껏 공을 들이기로 진작에 마음 먹고 1000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 재미있는 일들이 무척 많았기도 해서, 매일 밤 일기장을 빼곡히 채웠다.

 난 터울 많이 지는 오남매 중 넷째라, 우리 부모님은 또래 친구들 부모님보다 나이가 많다. 나랑 아빠는 사십살 차이. 아빠랑 엄마는 세살 차이.

 부모님은 늘 못 먹었던 초콜릿보다는 못 읽었던 책을 아쉬워하셨다. 그래서 과자 한 봉지엔 인색하고 도리어 책 열 권에는 너그러우셨는데, 그런 환경 속에서 난 자연스럽게 책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그 시절 찬장보다 책장을 채우기로 선택한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부모님은 내 입시를 케어해주거나 커리어에 가이드를 주실 수는 없었지만, 근면함과 호기심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몸소 보여주시며 가르쳐주셨다. 나는 마음에다 품성을 녹이는 것이, 머리에 지식을 쌓는 것보다 배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집 가훈은 근면, 정직, 우애다. ⠀ ⠀


 스무살 때 고향을 떠났고, 그 이후에 접한 수많은 것들을 가지고서 나는 수시로 내 구성 성분을 재배열하고 교체해나가며 살고 있다. 그러나 변함없는 한 가지는, 내가 우리 엄마아빠 딸이란 것이고 거기다 자신감의 원천을 두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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