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을 읽고
부제 : 어느 늙고 미친 여자가 이 하찮은 일에 자기 목숨을 걸었다고
① 토요일 오전 11시 홍대입구역 40대 6인~8인이 독서 모임 할 만한 장소 알려줘!
②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이란 소설을 독서 모임에서 하려고 하는데 발제 내용은 뭐가 좋을까?
두 가지 질문을 AI 도구인 G와 P에 동시에 올렸다.
첫 번째 질문은 P가 승리했다. P에서 추천한 장소를 골랐으니까. G는 상당히 미숙하고 믿을 수가 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두 번째 질문에서도 P가 나았다. G는 아예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소설 내용도 아예 모르는 바보였다. G에게는 한국 소설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데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어이없이 자꾸 외국 소설을 이야기하다니, 한국 소설이라고 분명히 다시 명령했는데도 멍청함은 나아지지 않고.
그렇게 독서 모임 발제하면서도 AI를 이용해 봤다. 일부러.
AI의 한계를 느껴보고 싶었다.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미친 늙은 여자를 동경하며
인생의 허무함을 뛰어넘어 뭐라도 잡고 싶은 상태의
주인공 ‘한영인; 이 되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르고 당하지 말고, 알고 천천히 당하고 싶은 그런 마음.
그나저나 AI고 나발이고,
4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나의 발제는 과연 괜찮을까?
나 왜 떨리니?
갑자기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여섯 명이 모였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주행 차량인 슈마허, 앉아 있으면 모든 세상의 지식을 알려주고 이동도 편리한 무버가 소설에 나온다. 슈마허가 세상에서 계급이 되는 거처럼 아이들에게는 무버가 이동 수단이자, 선생님이 된다. 이 두 가지의 아이템으로 세상이 달라지는 근미래의 이야기.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 환경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부모나 선생님에게 묻지 않고 챗GPT를 통해 호기심을 해결해 가고. 어른들은 고속도로에서 이미 자율주행 기능을 켜고 운전한다.
슈마허와 무버 중에 무엇을 소유하겠냐고 가볍게 물었다. 이 질문은 의외로 다 갖거나 아예 필요 없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열린 마인드로 슈마허는 노인이 되어 운전하기 힘들 때 유용하지 않겠나. 무버도 앉아서 휴식할 때 친구처럼 이용하면 좋을 거 같다는 답.
은. 슈마허. 노인이 되었을 때까지는 보류하겠다. 운전하다가 실수하면 슈마허 탓이라고 미룰 거 같다. 아무래도 무버에 빠질 거 같다. 스마트폰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다. 무버가 있다면 쉴 때만 쓰겠다.
달. 필요할 때 잘 쓸 수 있다면 무버, 안 그러면 의존하게 될 것이다. 슈마허를 갖겠다. 편의성이 있을 거 같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미숙함 보다는 낫겠다.
매. 둘 다 갖겠다. 경험은 해 보고 싶다. 완벽하진 않겠지만, 슈마허를 받아야겠다. 여행 다녀야지. 운전으로 가기 어려웠던 곳, 못 갔던 데를 가보고 싶다.
1. 어떻게 읽으셨습니까? 전반적인 감상을 들어볼게요.
주. 3년 전에 읽은 책 중에 사회적 동의라는 게 누군가를 치일 수밖에 없는 상황, 노인을 치느냐, 아이를 치느냐? 흥미로웠다. 문체는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너무나 설명적이라 상상할 틈이 없었다.
은. 설명이 너무 많아서 몰입이 잘 되었다. 설명이 많아도 지루하지 않았다. 스르륵 읽었고, 재밌게 읽었다. 관계자랑 인터뷰 AI가 오류가 났었는데 완전히 업무가 올 스탑! 현실로 되고 있다. 회사에서는 자꾸 AI를 쓰라고 강요한다. 글의 초안을 맡기라고 한다. 시간을 단축하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재호의 입장이 되고, 심란했다.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 같았다.
다. 빨리 읽느라고, 사람의 감정을 꺼내었다. 적확한 표현. 테드의 캐릭터를 보면서 느낀 것은 화술을 배우고 싶다. 가스라이팅 화술을 배우고 싶다. (하하하)
달. 짧게 잘 읽었다. 재밌지 않았다. 좋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풀어나가는 게, 작가랑 안 맞나 싶다. 영화 한 편 같은 이야기, 대화체 영화다. 과한 느낌. 영인이 대사가 너무 과했다. 너무나 현실적인데, 말하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다. 취향을 타는 거 같고,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떨어졌다. 주제와 소재는 굉장히 현실적이다.
매. 표지의 글이 눈에 들어옴. 패키징이 좋았다. 첫인상은 좋았다. 분량도 좋고, 초반부가 요즘 스타일이다. 소재도 흥미로웠다. 빨리 읽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생각났다. 주제를 잘 집어서 어떤 상황이 화자가 되었을 때 딱 집어서 구성을 잘했다. 도입부는 마무리가 안 되었다. 끝부분에 대사들이.. 뒤가 아쉬웠다. 고민해야 할 문제를 잘 꺼낸 거 같다. 다만 미친 여자가 뭐라도 할 줄 알았는데..
현. 작년에 힘들 때 읽고 꽤 오랫동안 뇌리에 남은 작품인데, 그때는 영인의 입장에서 읽으며 단단하고 미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며 그 부분에 관심을 집중했던 거 같은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는 현재 나온 <먼저 온 미래>의 측면에서 보았다. 유용한 메시지, AI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지점을 확실하게 짚어주는 거라 좋았다.
2. 나오는 인물 중 누굴 가장 닮고 싶은가요? 그의 어떤 부분 때문에.
매. 인물들이 모두 비장해서, 닮고 싶지 않다. 과하다. 처절하다.
달. 영인의 아들. 깊은 부지런함. 비현실적이다. 남궁인에게 들었는데 레지던트 때 반지를 만드는 거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귀여웠다.
은. 매튜, 자기의 역할을 한다. 힘든 걸 털어놓는다.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는 매튜. 회사의 일은 하고, 자신의 적당한 선을 도움을 주고, 영인을 보고, 매력적이다. 마지노선을 지키는 사람. 매튜가 가장 직장인하고 가깝다.
다. 테드의 화술을 배우고 싶다. 위기에 빠졌을 때, 회피할 수 있지 않을까? 재호의 와이프. 단호하게 말하는 쪽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갖지 못한 부분, 물러터진 부분이 있으니까. 홀리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
주. 매튜인 거 같다. 감정이 앞서는 인간이라, 일은 일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현. 재호의 와이프가 가장 내가 닮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이는 없지만, 그런 단단함. 흔들렸다가 다시 잡아가는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
3. 영인, 재호, 매튜는 각자의 시련을 겪은 후, 단단해지고 녹슬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그런 계기, 경험이 있나요?
주. 시련을 겪고, 더 나약한 인간이 되었다. 나약함을 인정하게 되었다.
다. 내가 언제 시련을 겪었나? 내가 겪은 시련은 아니다. 경험이 아니다. 물 흐르듯이 흘러서 그랬나?
매. 최근에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서, 변하지 않는 것을 주는 것, 언제든 될 수 있다는 걸, 집착하지 않는, 내어줄 수 있는 사람,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사람. 중요하지 않다. 사람도 먼지라고 생각한다.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달. 가까운 사람의 상실로 인해 스스로는 2인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1인분도 못 하겠다. 가족에게는 사회생활이 힘들었다. 그 이후에는 가장 집중했던 것은 '나'에 대한 생각들.
은. 현재 시련을 겪고 있다. 일잘러 인정을 받고 있다가 과부하가 걸렸다. 일당백인 인간들만 있어서, 가스라이팅 당하는 중이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 경영지원팀 사람은 나와 다르게 싸함을 느꼈다며 말을 걸어왔다. 여기는 집단적으로 이상하다. AI에 의존하는 회사. 생산성과 효율적. 속도전, 적응 못 하는 시대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액체 인간이 필요한데, 나는 고체 인간이다. 1인분의 일을 하겠다. 게으르지 않게 하겠다.
현. 엄마를 보낸 후에야 영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진정한 스테인리스 스틸이 되고 싶다.
4. 이미 와 버린 AI 환경 속에서 소설처럼 가치관의 충돌을 겪은 적이 있나요?
은. 극본 공모전에 도전했었다. 오픈 채팅방에서 AI 활용에 대한 공모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다들 인정을 하고 빨리 바뀌어야겠다고 했다. 그러나 고민이 된다. 이 책에서 나온 거처럼 걷지 못하는 인간처럼 될 거 같고, 또 AI가 먹통이 되면 어쩌지라는 불안도 있고, 고장이 날 것이고, 안 되는 순간이 오면, 그런 것에 고민이 된다. 명령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회사에서도 “효율적으로 AI한테 쓰라고 해.”라고 말한다. 그래도 아직은 스스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다.
매. 지브리풍이 나왔을 때, 반발심이 생겼다. 그렇지만, 나도 해야 한다. 제미나이에 폭풍의 언덕을 물어봤다. 잘 못하지만, 그나마 외국 거는 잘한다. 제미나이의 한계들이 있지만 노는 재미는 있다. 대본도 못 쓰지만, 시작을 도와주기는 하는 것 같고, 혼자 잘 못하니 노하우를 공유해 주면 잘 따라가겠다. 그러면서 윤리의식을 잊지 말아야겠다. 훼손되는 게 너무 많다. 수익과 창출. 경계하는 중이다. 공론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달. 거스를 수 없다. 몇 년 안에 바뀔 거다. 처음에는 개인정보에 민감해서 아예 안 올렸다가, 이제는 빨리 배우고 있다. 귀농해서, 자신의 삶을 살면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하게 될 거고, 그럴 거면 빨리 배우자. 그들에게 놀아나는 게 아니라. AI를 활용하자고 마음을 바꿨다. 활용하면서 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될 거 같다. 차라리 빨리 경험해 보고, 원하는 부분만 취하자.
나의 엄마와 시어머니가 다르다. 엄마는 카톡을 잘 이용하시고, 스마트한 환경에 적응하셨지만, 시어머니는 싫어서 안 하는 건 선택이니, 본인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도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주. 드라마 ‘작은아씨들’에서 나왔던 페이크 영상이 너무 무서웠다.
현. 현재 챗, AI들과 친해지려 탐구 중인데 여전히 혼란스럽다. 지브리풍의 사진들을 올릴 때 난 보기 싫었다. 나는 지브리풍이라고 해도 그들이 쌓아온 걸 너무나 쉽게 만들고 좋아하는 게 마뜩잖았다.오래 쌓아온 것들이 순식간에 소비되어 버리고 그것에 대한 리스펙이나 경외감 없이 소비되는 건, 쓸쓸한 일이다.
5. AI가 인간의 결정을 대체하는 시대가 온다면 인간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다. ‘AI가 완벽해질까’ 라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AI를 학습시키는 사람, 인간이 책임져야 한다. 결정권을 가져올 수도 있다.
주.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볼까? 전 세계적으로 내 생각과 달라도, 따라야 한다. 노인과 아이. 부자와 빈자 모든 것들의 합의를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복잡하다.
달. 악용하는 기업이 있을 거다. 국제적인 문제, 합의와 약속이 있어야 한다.
은. 명령했겠지. 인간들이 명령, 학습시킨 거겠지. 인간이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
매. 인간이 있는 곳에서는 정의일까? 다수를 위한 게 선일까? 정의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나온다. AI가 가속할 거 같다. 조금씩 합의를 보고 가고, 사고가 생겼어. 갑자기 결정! 인간들도 힘들 거 같다. 시대가 가져온 변화다. 테슬라에 관한 질문. (정의롭지 않은가에 대한) AI만을 은유한 게 아니라, 기술의 진보가 미래가 닥쳐온다.
현. 당연히 인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는 여기면서도, 막상 어떠한 사건이 내게 일어난다면, 과연 인간들이 책임을 질까? 그런 의구심이 먼저 들기는 한다.
6. 기술의 진보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달. 필요한 건. 꾸준히 배우기, 모른 채 거부하지 말자고 하다. AI도 인간을 흉내 낼 수 있지만, 인간다움. 기술로 대체될 수 없는 걸 발견하고, 알려야 한다.
주. 인간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키오스크 환경은 쫓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으니, 따로 공간을 마련하면 좋겠다. 즉. 인류애, 인간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앱으로 부르지 못하는 교통 취약자를 위해 콜을 받지 않고 태우는 택시 기사들, 야구장에서도 예약 못 하고 오는 이들을 위한 현장 예매 공간도 있다.
은. 어제 출장 갔다 오는 길에 아이가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 AI한테 물어봤으니, AI에게 물어보겠다고 답하는 걸 들었다. 그 환경에 자란 애들은 인간성을 배울 수가 없다. 그러나 그 반대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편리한 것만 쫓아가기도 하지만, 독서학원 같은 것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아날로그적인 것도 늘어나는 중이라서 긍정적으로 본다.
어떤 아이가 엄마에게 “해가 짧아진다는 건 뭐야? ”라고 물었는데, 아이 엄마가 “네가 나가서 놀 시간이 줄어든다는 거야.”이라는 말을 했었다. 이건 AI는 해줄 수 없는 말인 거 같다.
매.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슈가 생겼을 때 서로 공론화시켜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나?
현. 누구나 알고 있는 원칙과 보편타당한 기준이 필요하다.
7. 자신에게 가장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건’ 무엇입니까?
매. 반발심
주. 조롱, 혐오 등에 대한 경각심
다. 충분하지 않지만 헤아리려는 마음. (충분하진 않지만)
은. 가족.
달. 악한 선택은 하고 싶지 않다. 최소한의 선의
현. 균형감과 하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책.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틸처럼 살고 싶었던 난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
나약해도 괜찮은, 비장하지 않아도 되는, 말랑한 마음을 얻었다.
이게 다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싫어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다르지만,
여전히 비슷한 결로 은은하고 가볍게 나와 얽혀있는 사람들 덕분이다.
그래, 여전히 AI보다 사람이다.
시간 :2025년 9월 6일 토요일 11시
장소 : 엔제리너스 L7 홍대점
참석인원 : 현, 주, 은, 달, 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