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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현 Mar 29. 2019

[Prologue]시작은 솔직하게

일과 열여덟과 둘


멋들어지게 제목은 정했지만 크게 차이날 것 같지는 않다. 

(아 읽는 분들이 ‘수준 차이 나는데’ 라고 할 수는 있겠구나.)     

요즘엔 누구나 쉽게 떠나고 돌아오고를 반복하는 여행이 

부러움을 대변하는 단어가 아닌 그런 시절이다. 이런 때에 굳이「여행의 차이」 라니 

별로 신기하지도 반갑지도 않을 이야기.

그냥 혼자 있을 때의 여행과 여럿이 있을 때, 그리고 둘이 있을 때의 

감정에 대하여 남기고 싶었던 그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일본 세 군데를 다녀온 여행기의 ‘묶음’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끝이 날거 같지 않은 이야기를 왜 시작 했을까 싶지만, 사실은 올 초에 독립출판사를 차려보고 

싶은 열망이 강렬해서 그때 끄적인 것들이다. 책을 내고 싶은 꿈은 원래 글 쓰는 사람들의 열병 같은 것. 

막상 내고 나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자책하게 되는 것.     


그리고 또 이것은 코리안드림이 아닌 나의 소박한 드림!

스타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성공을 크게 해보겠다는 것도 아니다, 라고 말을 하면 거짓말이다.

물론 크게 대박치고 성공하고 싶다. 스타도 되고 싶다. 욕망은 그러한데 가진 재주가 천재성과 

거리가 멀어서 그냥 소박한 꿈을 꾸기만 하는 매우 근면성실한 직장인의 일탈 여행기다.


그리고 또 이것은 


한가할 때 또는 회사일이 내 뜻대로 안 돌아갈 때(되게 막 일 너무 잘하는 사람처럼,

회사일은 원래 내 뜻과 상관없는 것인데) 타인으로 인해 열 받을 때, 또는 이제는 아이디어를 찾아서 

애를 써도 붙잡히지 않고 아이디어가 도망갈 때 그래서 자괴감에 몸부림을 치게 될 때. 

쥐구멍처럼 들어가 상상의 끝자락에서 부여잡는 따뜻하고 행복한 위안처쯤이다.     


2018년 연말에 패키지로 편하게 큐슈지역을 돌았고, 

2018년 11월에 교토를 혼자 다녀왔고

2019년 2월에 둘이서 마쓰야마란 곳을 다녀왔다.     

혼자여행, 열여덟의 여행, 그리고 둘의 여행. 그 차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늘 친구들하고만 다녀서 여행의 즐거움만을 알았는데, 

그 차이 나는 여행으로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의 농도와 깊이, 

예민함과 날선 뾰족함, 여행의 이면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만 적으면 낭만 터지는 여행기라 여길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이것은 지금 당장 떠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대신 다녀온 「대신여행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처음으로 시작하는 것은 지긋지긋하게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는 회사 동료들과 떠난 열여덟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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