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과 써 내려간 쿤스트뮤지엄의 기적
1967년 4월, 스위스 바젤시에 위치한 쿤스트 뮤지엄(Kunstmuseum Basel)은 자랑스레 보관 중이던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앉아있는 어릿광대'와 '두 형제'를 처분해야 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바젤시는 두 작품에 앞서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의 작품을 처분한 후였다.
때는 1964년 4월, 스위스 글로브 에어(Globe Air) 비행기 한 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 사고로 인해 약 117명의 승객들과 9명의 승무원이 사망하였고, 항공사는 불의의 사고로 인해 막대한 사고 수습비용을 처리해야만 했다.
당시 항공사의 대주주였던 페터 스테헬린(peter Staechelin)은 사고 수습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바젤 쿤스트 뮤지엄에 대여 중이던 작품들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반 고흐의 작품을 매각했다. 도시의 자랑이었던 반 고흐의 작품이 팔리고 뒤이어 피카소의 두 작품, '앉아있는 어릿광대'와 '두 형제'가 처분될 위기에 놓이자 바젤시는 이를 막기 위해 작품을 구매하기로 나섰다. 그들은 작품가 8,400만 프랑 중 6,000만 프랑을 세금에서 부담하기로 결정했지만, 나머지 금액이 문제였다.
이때 기적이 찾아왔다. 시민들은 바젤시와 함께 모금에 나선 것. 지역 예술가들은 모금 활동을 위해 무료 공연을 펼쳤고, 식당에서는 메뉴의 금액 일부분이 기부되는 형식의 프로모션 메뉴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분명했다. 다른 곳에 투입되어야 할 세금이 낭비된다는 것. 결국 바젤시는 이를 시민 투표에 부쳤고, 결과는 압도적인 지지로 피카소의 작품 구입에 세금을 투입하기로 결정, 결국 두 그림은 영원히 바젤시에 남게 되었다.
기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피카소는 바젤 시민들이 작품을 지키기 위한 분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바젤 시민들에게 선물을 전하고자 했다. 곧장 그의 아내 자클린이 쿤스트 뮤지엄의 디렉터 프란츠 마이어(Franz Meyer)에게 전화를 걸었고, 둘은 깊은 통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곧 남프랑스에 위치한 피카소의 작업실에서 만남을 갖게 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쿤스트뮤지엄은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되었는데, 피카소가 유화 세 점과 '아비뇽의 처녀들' 스케치를 보내온 것.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익명의 아트 컬렉터로부터 피카소의 작품 '시인 (el poeta, 1912)'을 기증받게 된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동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1661년에 설립된 쿤스트 뮤지엄은 오늘날 '세계 최초의 공공미술관'으로써 굵직한 작품들을 전시하며 미술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주요 거점이다. 긴 역사만큼 4,000여 점이 넘는 작품과 300,000점의 드로잉 및 판화를 보관 중이다. 이곳에는 마을 주민들이 지켜낸 '앉아있는 어릿광대'와 '두 형제'가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