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미술관
고작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가 서로 다른 이념이 되어 서로를 넘보았던 때, 이념이 사람을 넘어서자 벌어진 동족상잔의 비극. 공식적으로 알려진 4.3 사건 민간인 희생자 수는 14,442명. 커다란 숫자가 주는 막연한 무리들 뒤에 알 것 같은 얼굴들이 스친다.
물방을 화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화가 김창열에게 젊은 시절 겪었던 한국전쟁의 참혹했던 기억은 무척이나 강렬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매일 걱정 없이 개울가에서 뛰어놀던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다정했던 앞집 아저씨가 어느새 완장을 차고 마을 사람들을 억압했을 것이다. 그렇게 사라져 버린 사람들을 물방울로 위로한다. 여기서 작가는 물방울을 그리는 행위를 전쟁으로 희생되어 버린 안타까운 넋들을 달래주는 진혼곡과도 같음을 언급한다.
이렇듯 그의 물방울 진혼곡은 자신을 비롯하여 전쟁을 통해 고통을 겪은 이들의 내면을 위로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감동과 울림을 주는 유효한 치유의 방식으로써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