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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Mar 19. 2023

지도 밖으로의 여행

판포리에서부터 고산리 숙소까지 2시간 남짓한 거리를 걸었다. '걸어서 제주 속으로'라는 이번 여행의 콘셉트 때문인지, 아니면 걷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그 동기는 알 수 없다. 그냥 걷고 걷고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금등 3길에서 막다른 길을 만났다. 뒤로 돌아가기에도 무척 막막한 거리였다. 비포장 언덕을 내려갔다. 그리고 담을 넘어 길을 찾아 나섰다. 해 질 녘 제주는 어두워져만 갔다. 오랜만에 느끼는 두려움에 스릴도 있었다.



한참 걸었을까,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누가 나를 쑤시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들었지만 선량해 보이는 아줌마 아저씨가 나를 따라오고 계셨다. 나는 고개를 돌려 말을 걸었다.


"혹시 길 아세요?"


앞장서 오시던 아줌마가 말씀하셨다.


"아니요, 저는 선생님 따라가고 있었는데요?"


허탈했지만, 우스웠고, 즐거웠다. 그렇게 삼인조가 되어 길을 찾아 나섰다. 수풀 속에서 동물적 감각으로 발을 딛어도 괜찮을만한 곳을 찾아 딛으며, 돌담을 넘고 서로를 끌어 길을 찾아 나섰다.


마침내 길이 나왔고, 우리는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서로의 행선지만 간단히 확인한 채 인사를 건넸다.


그분들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셨겠지. 즐거운 여행 중에 더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목적지로 향하는 두 분께 들리지 않는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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