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키리님께.
고키리님 잘 지내시나요. 벌써 두 번째 편지로 안부를 여쭙네요.
고키리님은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벌써 올해 한 번의 여행을 다녀왔고, 앞으로 3번의 여행이 더 계획되어 있을 만큼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번 질문은 대답을 고민하는 일 조차 여행하듯이, 신나게 느껴지네요 : )
저는 빠듯한 일정보다는 여유롭고 쉼이 있는 여행을 더 선호하는데요, 고키리님은 어떤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사실 여행지를 결정하는 데에 오래걸리지는 않았어요. 저는 지금 바로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면 프랑스의 니스로 떠날거에요! 프랑스를 사랑하고 여유로운 쉼은 더 사랑하는 제게, 니스는 꿈의 여행지 입니다. 뜨거운 햇빛 아래 하루종일 해변에 누워, 더우면 바다로 들어가 수영하고 그늘에서 쉬며 책읽는 그런 여행. 제가 상상하는 니스 여행의 모습들이에요. 이렇게 완벽하게 제가 원하는 모습의 여행은 상상만으로도 행복이 온 몸을 감싸는 기분이 들어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빠듯한 일정보다는 여유롭고 쉼이 있는 여행을 더 선호하는데요, 고키리님은 어떠신가요? 저처럼 가끔씩 여행지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시기도 하나요? 님이고키리 바라는 이상적인 여행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질문에 대한 대답과, 고키리님께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릴지를 고민하면서 제가 이토록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이 고민에 대한 저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행은 그 모든 과정에 있어서 저를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이 크다는 사실이 구원이 된다.”
제가 몇 년 전에 리베카 솔닛의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는데요, 이 문장이 마음에 크게 박혀서 5분동안 같은 문장만 바라보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제 삶의 이정표를 글로 써내자면, 이 문장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우리는 대체로 아주 좁은 삶을 살게 되고, 여행은 미처 알지 못하던 넓은 세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아는 세상이 전부라고 믿어버리면 제가 가진 불안들이 너무 큰 것들이 되고, 오만해지기도 쉽다고 생각해서 그런 태도를 지양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저의 세상의 경계선을 넘는 일은 제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여행이 이 일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하며 마주치는 넓은 세상과, 그 세상 속에서 발견하는 나의 새로운 모습들 그리고 나에겐 비일상인 누군가의 일상들을 체험하는 일. 이 모든 것들이 제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가 될 것 같아요.
물론 누구나 그렇듯, 여행이 제게 이렇게 심오한 의미만을 갖진 않습니다 ㅎㅎ. 사실상 여행이 주는 가장 큰 감정은 설렘이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여행지를 고르고,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고, 어떤 것들을 경험할지 상상하는 일은 그 자체도 신나는 일이니까요!
여행을 하는 동안에 저는 주로 인간 구글맵을 담당합니다 ㅋㅋㅋ. 지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어디든 잘 찾아가는 편이라 제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는 일이 많아요. 신경써야할 일이 늘어나만, 사실 이 역할은 저를 위해 자처하는 일이라 오히려 즐거울 때가 많아요. 저는 제게 이런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스스로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작은 책임감이지만, 저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확실한 방법이랍니다 : )
여행을 좋아해서 그런지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아무튼 저는 여행 준비의 설렘, 과정의 즐거움 그리고 그 모든 여정에서 오는 위로와 행복. 이런 이유들로 여행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고키리님도 저처럼 여행에서 큰 기쁨을 찾으시나요? 고키리님께 여행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집니다.
저의 글이 잠시나마 일상 속 여행같은 순간이었기를 바라며, 고키리님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23.04.04
서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