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 작가 모니카 본비치니 (Monica Bonvicini)의 '호흡 (Breathing, 2017)'이라는 작품이다. 나는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이탈리아에 가본 적도 없는데도 이 작품의 잔상이 계속 떠오른다. 대체 내게 어떤 의미였을까.
작품 설명을 확인해 보면,
"화이트 큐브의 조명 아래서 빛나는 구조물과 이에 매달려 움직이는 가죽 재질의 채찍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가의 신체를 상징하는 공간에서 밧줄은 호흡하는 폐처럼 그 사이의 균형을 표현한다"라고 설명한다.
이 작품과 전혀 관계없는 결론이지만, 예술은 그저 해답이 아닌 물음을 던질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예술은 나에게 끊임없이 물음을 던질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한다. 물음이 없다면 세상은 '별 거 아닌 것'으로 넘처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비 오는 날 우리 동네 골목에서 펄럭이던 밧줄 하나도 나의 내면에 어떠한 의미를 가진 형태로 완성시킬 수 있게 되는 물음. 촌스러워도 삶 속에서 예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유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