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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Jun 23. 2023

때때로 배려가 차별을 만든다

그럼 새는 누가 키워?


스위스 베른, 집사와 외출냥이를 위한 사다리가 건물마다 설치되어 있다. 종(種)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된 사다리를 타고 고양이는 자유롭게 집 밖을 드나든다. 베른의 집주인들은 고양이를 키우는 세입자에게 고양이 사다리 설치를 권장하기도 한다.


이는 고양이와 집사에게 모두 이로운 조형물이다. 집사 입장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고 안전하게 고양이를 외출시킬 수 있기에 주인으로서 고양이를 집 안에만 가둬둔 채 외출해야만 하는 부채감을 덜어준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직접 들어볼 수는 없지만) 아마 자연의 품으로 잠시나마 돌아갔다는 해방감을 느끼지 않을까.


 베른의 고양이 사다리는 도시가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살기 좋은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사람입장에서야 위협이 되지 않는 귀여운 생명체이지만, 작은 설치류나 조류에게는 무시무시한 포식자이다. 그러한 포식자가 매일같이 수십 마리씩 온 마을을 뒤지고 다닌다면, 그들에게는 공포 그 잡채일 것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스위스 베른의 사다리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고양이가 끼치는 환경적 영향에 대해 연구된 바에 따르면, 캐나다 모 연구소에서는 고양이들이 매년 1억 마리에서 3억 5천만 마리의 새들을 죽인다고 발표했으며, 일부 환경보호론자들은 고양이들이 파충류와 작은 포유류를 사냥하는 일에 대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요지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베른의 고양이 사다리는 인간이 인간종(種)의 복지 외에 가까운 생명체의 복지까지 신경 쓰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고양이가 아닌 조류나 설치류 등 도시의 다양한 구성원과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은 지속적인 연구도 뒤따라야만 할 것이다. 귀여운 생명체만 아껴주면 너무 비겁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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