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렴 어때, 그것도 사랑이지
클럽 '버드랜드'에서 담배 팔던 아가씨로 유명했던 칼라 블레이(Carla Bley). 그녀는 정규 음악 교육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재즈계에서 여성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빅 밴드 마스터로서 정상을 달렸다. 무려 30년의 긴 세월 동안.
제즈 레전드를 향한 존경심의 출처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정점에 올라선 한 사람의 휴먼스토리일까,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했던 시기에 정규교육의 기회까지 받지 못했던 사회, 이를 깨부순 영웅의 발견 때문일까.
내가 꽂힌 지점은 사람일까, 상황일까.
1936년 5월 11일 생, 칼라 블레이는 음악교육이라고는 피아노를 가르쳤던 아버지에게 3세부터 5세까지 받았던 짧은 레슨과 교회에서 경험했던 합창 지휘가 전부.
'세상에게서 받지 못했다면 스스로 일구어나가라'
그녀는 재즈를 공부하기 위해 유명한 선생님을 찾는 것이 아닌, 라이브 연주를 듣고 모든 것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몹시 주체적인 철학이다. 그녀는 타인의 연주를 최대한 듣고 체득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확장했다.
그녀는 17세가 되던 무렵, 본격적으로 재즈의 세계에 문을 두드린다. 혈혈단신 뉴욕으로 건너가 당대 최고의 재즈 클럽 '버드랜드'에서 담배를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한편, 유명 연주자들의 연주를 어깨너머로 배우며 꾸준히 곡을 썼다. 그리고 당찬 그녀는 연주자들에게 자신의 곡을 연주해 달라며 악보를 건네는 패기를 보인다. 초심자의 패기는 언제나 박수받아 마땅하다.
음악에 대한 야망이 뜨거웠던 그녀. 촌스럽게 사랑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 척박한 환경에서 재즈 아티스트로 성공하기 위한 그녀의 사랑은 다이내믹했다. 무려 두 번의 이혼과 세 번의 결혼을 했기 때문.
첫 번째 남편, 피아니스트 폴 블레이(Paul Bley). 당찬 칼라 블레이의 열정에 반해 그녀와 결혼했고, 그녀의 곡들을 자신의 음반에 실었다. 그러나 결혼 2년 만에 결별하였고, 두 번째 남편 트럼펫터 마이클 맨틀러(Michael Mantler)를 만나 자신의 첫 밴드인 'Jazz Composers Orchestra'(JCOA)를 결성한다. 그리고 그 결과 1966년 딸 카렌 맨틀러를 낳고 이듬해 공식적인 부부가 된다. 세 번째 남편이자 현 남편, 스티브 스왈로우 (Steve Swallow). 베이시스트인 그와는 현재까지도 함께 활동 중이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해 줄 남자와 결혼했다기보다 자신의 음악 여정에 함께할 동반자, 혹은 협력자로써 남자와 결혼했던 것은 아닐까. 상황을 적나라하게 해체하자면, 그녀는 자신의 세계를 지탱하기 위한 도구로 사랑을 이용한 것. 그렇다고 그녀를 손가락질할 수 없는 노릇이다. 본디 야망이 큰 사람의 사랑은 본의 아니게 사랑하는 사람을 야망의 도구로 이용하는 일을 수반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칼라 블레이의 남성 편력에 대해 손가락질했지만, 정작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 그녀는 자신이 머무를 수 있는 남자를 찾았다기보다, 자신의 음악에 영감이 되어줄 남자를 찾지 않았을까? 공교롭게도 그녀가 결혼한 세 남자는 모두 재즈계에 이름난 실력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