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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Sep 13. 2023

서대문구점 044 연희동 한국식 정겨운 주점 <또또>

마음의 진열장을 가득 채워주는 선술집


서대문구점 044 또또☘️

마음의 진열장을 가득 채워주는 선술집


감동은 사소함에서 비롯된다. 한 겨울, 손을 비비며 문을 연 화장실에서 히터의 훈기가 감돌 때, 품이 많이 드는 잡채가 기본 반찬으로 나왔을 때, 모루 유리로 감각 있게 통일한 유리벽과 진열장을 발견했을 때, 한쪽 벽면을 밝히고 있는 조명이 손수 제작한 조명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처럼 말이다. 손님을 향한 마음으로 충만한 '또또'의 공간은 진실하고 선량하며, 뜻과 생각이 고르고 순박하다. 감동 그 잡채.



Q. 처음 가게 이름을 듣자마자 이름이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또또’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나요?

A. 또또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집안 식구들이 저를 부르는 애칭이에요. 애석하게도 제가 태어난 날 산부인과에서 딸인 걸 알고 절망한(?) 아버지가 “또… 또 딸이라고!”라고 하셨던 말씀에서 비롯되었어요. 아직 가족들은 저의 이름 대신 귀여운 강아지를 부르듯 “또또야~”라고 부르시기 때문에 별다른 이유 없이 가게 이름을 또또로 정했던 것 같아요.

연희동에 터를 잡으면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또 봐요 우리’라는 슬로건으로 재해석했습니다. 덕분에 또또라는 별명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Q.인스타그램을 확인해 보니, ‘Since 2009’ 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그 전에도 이어져 오던 가게였나요?

A. 또또(옛 또또포차)는 2009년에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재개발 예정지에 주황 천막에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엄마와 제가 함께 시작한 가게였어요. 작고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당시 20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셨던 경력이 있는 엄마의 저력과 다정한 동네 분들의 관심으로 성업을 이어갔습니다. 다소 큰 공간으로 이전하고도 운이 좋아 가족들과 함께 또또포차'투'도 오픈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요식업이 한창인 시절 이야기이지만요.

또또포차는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작년 4월에 폐업했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저는 못내 아쉬움이 남아 부모님을 모시고 연희동에 ‘또또’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재개하게 되었죠. 덕분에 저는 하던 일을 놓아두고 또또를 이어가게 되었어요.



Q. 가게의 유리벽과 찬장 유리, 세심한 화장실까지. 디자인에 대한 안목이 있으신 것 같아요 평소에 디자인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A. 특별히 안목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원래 제가 하던 일이 의류업이기 때문에 이상한 고집과 집착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뒤에는 함께해 주신 디자인 및 컨설팅팀 ’현현‘과 인테리어팀 ’송전동‘이 있습니다. 또또포차가 폐업하기 전부터 같이 고민하고 마음을 써주신 덕분에 ‘또또 살리기 프로젝트’가 되었지요. 그래서인지 팀원들의 취향과 이전의 노포 같던 또또포차의 분위기가 무던하게 모였습니다. 저는 멋진 의견들에 감사히 고개만 끄덕인 정도입니다.



Q. 잡채가 기본 찬으로 나왔을 때,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A. 기본 안주를 개발하면서 손님분들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대접받는 기분을 드리고 싶었습니다.또, 한식을 주메뉴로 한 선술집의 근사한 기준이 되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던 것 같아요. 잡채는 생각만 해도 번거롭지만, 생각만 해도 맛있는 한식 메뉴이니까요.

맛도 맛이지만 조용한 골목길의 작은 선술집에 앉아서 따듯한 잡채의 모락모락 한 김을 바라보고 있으면, '받고 싶었던 한국식 선술집의 환대가 이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팀원 모두 만장일치로 콩나물 잡채를 기본 안주로 정했던 것 같아요.


오늘도 성심으로

'또또'의 인스타그램 계정의 게시물마다 사장님께서 도장처럼 찍어두신 다짐이다. 오래 환영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신다는 사장님의 담백한 마음씨가 선명하게 전해진다. 그 덕분에 손님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또또'에 찾아왔지만, 묘한 동지애를 느낄 것이다. 성심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또또'는 가까운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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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서대문구 연희동 684 1층(연희동)

위치 │ 연희동 104고지 숨겨진 골목길

시간 │ 18:00 - 01:00 (매주 월 휴무)


Instagram | @seodaemu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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