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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칠 프로젝트] 2021.12.20. 월요일

축구로 보는 나의 포지션 전략

by 서대문구점

축구의 룰은 간단하다. 골문을 막는 골키퍼 1명 제외 10 명의 필드 플레이어 가장 효율적인 포메이션 (Formation , 대형)을 짠 뒤 공 하나를 점유한다. 그리고 전후반 90분 동안 상대의 골대 안에 공을 가장 많이 넣으면 승리. 여기서 승리의 관건은 10명의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선수로 가장 효율적인 '포메이션'을 짜는 것이다.


여기서 선수들은 포메이션 안에서 지정된 포지션 (Position, 자리)을 두고 경쟁한다. 여기서 성공하는 선수가 되는 포인트 중 하나는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죽어도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경기장에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다.

E3378CF4-D105-4735-8721-CC66E507D4ED.png 선수는 자기 자리에서 요구되는 롤을 수행해야 한다. /Football Manager 이미지 , 출처 : 구글, FM 코리아

리버풀의 축신(God Of Football) 티아고 알칸타라를 예로 들어보자. 티아고는 브라질리언 출신답게 공을 잘 다루고 패스 타이밍이 빠르고 정확하다. 하지만 그의 단점은 부상이 잦고, 키가 작아 제공권 싸움에 불리하다. 그래서 그가 최고의 활약을 보일 수 있는 자리는 비교적 선수 밀도가 적은 미드필더 후방 지역이다.


그의 커리어 초반 포지션은 상대적으로 몸싸움이 치열한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만약 발견되는 단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원래 포지션을 고집했다면, 그리고 키가 작은데 '완벽한' 선수가 되려고 헤딩 훈련량을 늘렸다면 지금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을까. 물론 운 좋게 그를 알아봐 주고 관리해주는 코치진과의 대화를 통해 결정했겠지만 패스를 갈고닦고, 후방지역으로 내려가서 플레이하기로 결정한 건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이었다.


물론 성공 요인에는 분명 운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선택이 반드시 성공의 길을 보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갈고닦아 뚜렷하게 만들고, 단점을 인정하고 내놓아 보완해내야 성공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불변하는 진리이다.



나 역시 장단점이 뚜렷한 사람이다. 주변을 잘 살피고, 상대방의 장점을 파악해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능하고, 상대가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믿어주는 전형적인 서포터이다. 그리고 고치기 어려운 단점도 뚜렷한 편. 매사 여유를 부려 속도가 늦고, 압박감이 심한 곳에서 쉽게 위축되며, 내가 손댄 것과 파트너의 것을 쉽게 믿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바빠도 여유를 갖고 있는 집단에서 소속원들을 두루 지원할 수 있는 자리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예전에는 욕심이 많았다. 작사를 하다 곡도 쓰고 싶어서 작곡을 시작했다. 작곡을 하면서도 보컬과 믹싱 마스터링 등 음향의 영역도 손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못하는 것들은 모조리 버렸다. 글을 쓰는 것 빼고 모두. 서른을 넘은 지금, 많이 늦은 만큼 기민함이 필요하기에 불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버리는 중이다. 나 역시 앞으로 더 나은 선수 (Player)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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