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점 131 카페 온더문
글.사진 @geumtoil__ 가게 @cafe_onthemoon
어딘가에 내 취향을 꺼내놓을 때, 그 취향이 꼭 누구에게나 박수받을 만큼 대단할 필요가 있을까. 기록이면서 동시에 ✌️큐레이션✌️이기도 한 이 채널을 운영하면서 갖게 된 물음 중 하나이다. 이러한 물음의 실마리는 종종 가게를 선택하기 전 ‘이 가게, 다들 좋아해 줄까’라는 고민을 낳는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내가 좋으면 좋은 거지'라며 다시 길을 나선다.
사실 누구에게나 있을테다, 예컨대 물 빠진 나의 애착 잠옷처럼 편안한 가게. 카페인이 당기는데 멀리 나가기는 귀찮고, 헐렁한 차림 위에 체면 겨우 차릴 정도의 그럴싸한 후드 하나 뒤집어써 꾸안꾸 동네룩 패션을 하고, 슬리퍼를 신고 터벅터벅 다녀올 만한 가게. 내가 좋아하는 라떼를 고개가 끄덕일 정도만큼 하는 그런 카페 말이다.
개인적인,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요즘 서대문구 근처에 가게를 갈 때면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사심이 포착된다. ‘업로드 각’을 찾기 위해서 분주하게, 하지만 사장님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눈을 굴리면서 구석구석을 살핀다. 나도 모르게 행동하는 스캐닝을 거치고 나면 깊숙한 곳에서 형태를 알 수 없는 은근한 피로감이 솟아오른다. 그래서 이따금 온전히 잘 먹고 잘 고르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결국엔 사심 없이 봐도 좋은 것이 아름다움일까. 우리 집 앞 골목에 있는 카페 온더문은 나에겐 말 그대로 오래된 잠옷처럼 편안한 가게이다. 종종 나보다 더 깨끗이 씻긴 텀블러를 들고 커피 한잔 테이크아웃하기 좋은 카페이다.
가게는 어떻게 연이 닿았는지 궁금한 두 분의 여성분이 운영하시는 것으로 파악된다. 괜히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넌지시 물어 알아낸 내용이었다. 이마저도 정확한 정보라고 할 수 없다. 아마 회사에서 만났다면 갓 부장 직책을 달고 계셨을 연령대,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이 내가 파악한 전부이다.
공간은 비집고 들어앉는다면 네 팀 정도 앉을 수 있는 크기의 아늑한 규모이다. 주로 동네 산책길에 들린 커플이나, 홀로 책을 읽는 손님, 뻘계,발랑회,다모회(다정한 엄마들의 모임) 따위로 불릴 듯한 계모임 아주머니들이 눈에 띈다. 내부 공간은 따뜻한 느낌의 적벽돌과 우드톤의 조합으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가 이들 모두를 편안하게 감싸 안는다.
커피를 포장하고 나서면 야트막한 주택과 새롭게 솟아오른 다세대 주택 사이 골목으로 내부 순환로와 백련산이 보인다. 매번 교통량이 많아 길이 막히기 일쑤인 내부 순환로, 홍은사거리와 대비되는 조용한 골목이다. 하지만 때때로 골목의 고요함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지역은 홍제재정비촉진지구에 속해있어 언제 재개발의 바람이 불지 장담할 수 없다. 이미 두 채의 층고 높은 다세대 주택이 홍제동의 하늘을 가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커피 한잔 마시면 그만일 텐데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이 동네만 빼고 자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붙들린다. 결국 사람 모양대로 살아가는 거지, 생겨먹은 존재대로 모였다 흩어지는 거지. 하지만 끊임없이 앞을 향해가는 시간 앞에 우리는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익숙한 것이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탄 난쟁이로서 한 가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저 현재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좋아하고, 그것을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일일 것이다.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통일로39가길 35 1층
위치ㅣ홍제견인차량보관소 골목
시간ㅣ09:00 - 21:00 (주말 12:00 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