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점 094 연희동 비건 식당 '베지스'
글.사진 @seodaemun.9 가게 @veggies.kitchen.and.bar
*이 글은 2023년 8월 작성된 글을 재발행 한 것입니다.
연희동 갤러리 거리에 부족했던 점을 꼽아보자면 단연 ‘식당’이었는데요. 멋만큼 맛이 필요했던 거리에 감칠맛 나는 생기를 불어 넣어준, 비건 식당 ‘베지스’를 소개합니다. 비건 푸드를 제공하는 베지스는 손님들의 혀의 만족을 넘어 뱃속의 편안함까지 접시에 담아 가치 있는 한 끼 식사를 대접합니다.
친구이자 동업자인 최나용, 강보혜 사장님은 ‘비건’이라는 키워드로 연대를 이어오시다 올해 3월 연희동에 ‘베지스’를 오픈하였는데요. 두 사장님의 이력을 소개해 드리자면, 10년 요리 경력을 갖고 계신 나용 사장님은 낮에는 브런치 레스토랑의 요리사로, 저녁엔 아버지와 함께 이자카야를 운영하셨고, 보혜 사장님은 미디어 계열 회사를 다니며 사이드 프로젝트로 비건 관련한 활동을 이어 오셨다고 합니다.
여전히 비건을 향한 틀어진 시선도 있습니다만, 비건 푸드는 단순히 신념만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은 아닙니다. 동물 복지처럼 인간 이외의 생명체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뻗어나온 가지도 있지만, 사람에게 진정 이로운 음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과잉없는 양념으로 재료 본연의 가치와 맛, 나아가 편안한 소화를 돕고자 파생된 노력도 담겨있습니다. 예컨대, 신체적 노동이 많았던 농경사회에 필수였던 ‘삼시 세 끼’ 속 고단백, 고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은 하루 중 대체로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진 현대인의 소화 패턴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죠. 이처럼 베지스의 음식도 단순히 신념을 지키기 위한 고집이 아닌, 진정 사람들에게 필요한 음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실천의 정도는 다르거나 실천하지 못할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 식습관이 과잉되어 있다는 걸 인정하는데까지 합의가 되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비건 푸드를 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사장님 2는 엄격한 비건을 실천하던 친구 덕분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처음에는 친구의 실천이 와닿지 않았지만, 여럿이 함께하는 식사자리에서 비건이 아닌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불편한 시선을 개선하고 싶었고, 마트나 식당에 방문할 때면 비건 라이프를 지키기 위한 옵션의 부재를 알리고 싶어 캠페인을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종종 주변 친구를 모아 비건 푸드를 대접하기도 하였고요. 가까운 친구로부터 발화된 관심의 씨앗들이 오늘의 베지스라는 결실을 맺게한 원동력 아닐까 싶습니다.
“비건 요리를 준비할 때, 야채의 싱그러움을 다루고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저를 만족하게 합니다.”
베지스가 자리한 연희동 갤러리 거리는 대부분 20년 이상 장사하신 터줏대감들의 구역이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조용하던 골목에 뚝딱뚝딱 공사중인 가게 모습이 신기하셨는지, 베지스의 등장은 한동안 어르신들에게 핫이슈였다고 합니다.
오며가며 가게를 살펴보셨는지, 휴무일 다음날에 찾아와 어제는 왜 문을 열지 않았는지 안부를 묻기도 하신다고 해요. 이보다 정겨울 수 있을까 싶은 어르신들의 호기심이 골목의 생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베지스의 올해 목표는 ‘삶을 원활히 운영하면서 일하기’라고 합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무리하게 영업하기보다 건강한 삶의 시간을 지켜내면서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일 말이죠. 나아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속 편한 식사가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비건 라이프를 실천하는 분들에게 믿고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자리하는 것이 목표”라는 사장님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베지스는 연희동에 종종 놀러가는 동네 사람으로서 참 반가운 가게였습니다. 비건을 실천하진 않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여지 없이 생각나는 가게가 될 것 같습니다. 모쪼록 찾아주시는 손님들도 단순히 식사만 하시는게 아니라, 접시에 담긴 이야기와 가치가 와닿기를 기대해봅니다.
주소ㅣ서대문구 연희동 719-18 1층
위치ㅣ연희동 갤러리 거리, 홍제천 근처
시간ㅣ11:00 - 21:30 (매주 월,화 휴무)
*Break Time | 15:00 - 17:00
*Last Order | 14:30 /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