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카페 ‘동경책방’
글,사진 @seodaemun.9 가게 @dongkyeongchaekbang
오랜만에 디자인 감도가 높은 카페를 방문했다. 서대문구에서는 연희동을 제외하면 이처럼 감각적인 공간을 발견하기 어려운 편인데, 이곳은 그런 흔치 않은 장소였다. 카페 위에는 건축사사무소 LIM과 그들이 운영하는 디자인 랩 '쿨데삭(CUL DE SAC)'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이곳의 설계와 운영을 담당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보았다. 물어볼까 했지만, 요즘 쌓인 호기심을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라 그냥 적당히 궁금해하는 선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동경책방'이라는 이름처럼 이 카페는 운영자가 동경하는 시절이나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곳곳에 시, 사진, 영화 필름의 한 조각이 걸려 있으며, 플레이리스트도 흔한 유튜브 10시간 믹스가 아닌 80~90년대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온다. 내가 방문한 날에는 이문세가 진행했던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이 흘러나왔는데, 어릴 적 내가 듣던 별밤 지기는 윤하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의 별밤과 이 카페 사장님이 듣던 별밤은 어떻게 다를까 문득 궁금해졌다.
공간은 크게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조도가 낮은 구석 자리는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앉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았고, 창이 있어 답답함을 덜어주었다. 창가 쪽에는 공부나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바 테이블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옆에는 만화책과 스테레오테이프 레코더가 놓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취향이 가득한 보물창고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맞은편 좌식 공간은 바닥에 앉으면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어 보여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구조였다. 공간을 구경하는 재미가 곳곳에 숨어 있는 가게였다.
특이하게도, 이곳에는 커피 머신이 없다. 커피는 핸드 드립으로만 제공된다. 라떼를 즐겨 마시는 나로서는 에스프레소 기반 음료가 없다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다행히도 차선책으로 밀크티가 있어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92-4
위치ㅣ쿨데삭 건물 지층
시간ㅣ11:00 -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