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바이브 (Vibe)를 유지하기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의 이후,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예술 콘텐츠 분야로 자리 잡았다. 각종 뮤직 어워드에서 뮤직비디오 관련 부문을 수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그래서 뮤직비디오의 완성도가 그 곡의 성패를 판가름하기도 해 제작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 지곤 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뮤직비디오를 “노래나 연주 등 그 음악에 맞는 영상을 제작하여, 음악을 들으며 동시에 화면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든 음악 영상물”이라고 정의한다. 음악이 듣는 행위에서 보는 행위로 확장된 지금, 우리는 왜 뮤직비디오를 봐야 할까?
이제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보조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작품성을 지향하고 있다. 또한 상업적인 출발을 보였던 과거의 영상 작업 형태에서 벗어나 뮤직비디오에 걸맞은 영상 기법과 제작 방식 등이 발전하여 예술 행위로써 뮤직비디오는 시대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곤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것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시대적 바이브 (Vibe)를 유지하기 위해 음악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함께 시청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케아(IKEA)에 방문해본 적이 있다면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파란색 프락타 백과 인싸들의 여행지 필수품이었던 개구리 커밋 등의 밈이 돋보인다. 2018년 뮤직비디오인지라 철 지난 밈이지만 당시 유행 요소들을 영상으로 녹여냈던 것은 실험적. 콘셉트 회의 당시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키워드였던 '사이버 펑크'가 반영된 키치한 의상과 헤드기어가 돋보인다. 더불어 안무를 벗어난 언어적 표현이 돋보인 윤대륜의 춤 또한 영상의 감상 포인트.
https://www.youtube.com/watch?v=S5yMSI1LT0Q&list=RDS5yMSI1LT0Q&start_radio=1
TMI : 사진 속 헤드기어는 회의 도중에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일주일 만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영국 3인조 일렉트로닉 밴드 The XX의 멤버 제이미 스미스 (Jamie Smith) 싱글 곡으로, 사실 이 곡은 우주적 콘셉트의 뮤직비디오로 2015년 발표된 곡이다. 이후 2016년, '비주얼의 정형을 파괴하는 연출가'로 평가받는 로메인 가브라스 (Romain Gavras)에 요청에 의해 다시 제작되었다.
이 대규모 뮤직비디오는 프랑스 파리를 재현한 중국 항저우의 '티엔 두청'에서 촬영되었는데, 티엔 두청은 거주자 1만 명을 목표로 건설된 관광도시지만 현재는 2천 명 정도 거주하는 유령도시가 되었다. 프로듀서 로메인 가브라스는 이곳을 "문화적 정체성이 없는 혼돈의 장소" 라 평하며 티엔 두청을 촬영지로 선택한 이유라고 밝혔다.
알비노 증후군을 갖고 있는 주인공의 이질적인 비주얼이 문화가 뒤범벅된 티엔 두청의 이미지에 적합해 섭외했다고. 놀랍게도 주인공 'Hassone Kone'는 흑인이라고 한다. 이에 소외계층에 대한 도덕적 의무감이냐는 시선이 있었고 이에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덕적 의무감의 반영은 없다. 그런 것은 진부하다"며 온전히 비주얼적인 강렬함만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영상 속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새하얀 이미지의 주인공을 감싸는 300여 명의 아이들은 현지 소림사에서 섭외된 아이들이라고. 이들은 주인공의 에너지를 표현하고 주인공이 또래집단에서 독립해 하나의 강력한 자아로 형성되는 과정을 표현한다.
거창한 의미들을 벗어나더라도 이 영상은 CG 기법 없이 촬영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묘한 중독성을 선사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hTGJfRPLe08
TMI : 300명의 아이들의 염색 작업은 40명의 미용사와 12시간 동안 작업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검은 머리로 돌려놓으라는 소림사의 요청이 있었다고.
이번 2022년 그래미 어워즈 'Best Large Jazz Ensemble Album'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썬 라 (Sun Ra Arkestra)의 곡에 캐나다 출신 예술가, 채드 방가 알렌 (Chad VanGaalen) 이 영상작업에 참여했다. 프리재즈 특유의 어긋나는 사운드의 향연을 비비드 한 컬러와 비정형적인 파열 이미지로 표현해냈다. 영상을 보고 있자면 곡의 제목 그대로 '고혹적인 판타지' (Seductive Fantasy)에 빠져들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bX_xh2do3eM&list=LL&index=8
TMI : 프리재즈와 아방가르드를 넘나드는 기인 뮤지션 썬 라는 그동안 그의 음악세계에 대한 평가는 높았지만 그래미 어워즈와 같은 주류 시상식에서까지 후보로 오른 건 이변이라는 재즈계의 평가.
러닝머신 위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로 유튜브 조회수 5700만 회를 돌파한 OK Go는 정교한 동선과 치밀한 시간 계산이 필요한 원테이크 (One Take) 촬영 기법을 도입한 화제의 그룹. 이에 Double A가 과감히 손을 내밀어 컬래버레이션으로 2017년 제작된 뮤직비디오이다. 촬영에는 567대의 프린터가 사용되었다고.
한편, 세계적인 A4용지 제작 회사 더블 A는 이 뮤직비디오를 통해 세계 최초 페이퍼 맵핑을 사용한 뮤직비디오 제작과 촬영 내내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자사 제품의 부드러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gmxMuW6Fsc
TMI : 촬영에 사용된 A4용지는 모두 재활용되었고, 영상을 통한 수익은 전부 환경보호재단 그린피스에 기부했다고.
아래의 뮤직비디오는 이 콘텐츠의 마지막 소개작입니다.
다소 폭력적인 장면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심신이 미약하신 분이나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건너뛰시길 바랍니다.
필자는 소마의 팬이다. 허스키한 보이스 톤과 오컬트 한 비주얼과 개인방송에서 보이는 허당(?)스런 두 모순에 끌려 애정 하게 되었다. 사실 이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발견되었을 때 팬질(?)을 그만할까도 생각했다. 너무 무서웠기 때문.
니닉 (hnie hnig)이라는 오컬트 콘셉트의 밴드의 첫 프로젝트 싱글 PRAY는 소마가 직접 찍고 편집했다. 소마라는 아티스트의 방향을 여실히 보여준 곡으로 평가받아, 확실한 그녀의 정체성을 성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I19yO-9WjA
TMI : 당연하게도 영상이 너무 충격적이라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에서 탈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