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 북가좌동 쌀국수 맛집 ‘쪼이 누들샵’
글&사진 @seodaemun.9 가게. @choi_noodleshop
와글와글 사람 사는 동네는 화초 같아서 조금만 살펴보지 않아도 금세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화분 속 흙에서 심지도 않은 싹이 불쑥 올라오듯 말이다.
사실 서대문구에는 변화가 적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혹시, 내 일상이 변함없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매일 같은 길만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북가좌동에서 쌀국수라면 늘 수국쌀복만 떠올렸는데, 이곳저곳 걸어 다니다 발견한 ‘쪼이 누들샵’은 그런 익숙함의 틈을 가르는 작은 균열처럼 보였다. 인스타그램에 정보조차 거의 남기지 않은 어쩌면 배짱 두둑한 가게이다.
너도나도 과한 이야기로 자신을 알리는 시대에 이런 우직함은 더 믿음이 갔다. 그래서 언젠가 꼭 가보자고 조용히 저장해 두었다.
요즘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있다. 서대문구에 처음 정착하기로 했던 북가좌동도 다시 생각하고 있는 동네 중 하나다. 내가 잠시 떠나 있던 사이, 북가좌동에는 ‘원유로 프로젝트’가 생겼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만한 동네가 되어 있었다. 불광천 변의 몇몇 카페는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카페가 문을 열었다. 내 집 앞 순댓국집도 어느새 카페로 바뀌어 있었다.
쪼이 누들샵에서는 베트남식 볶음 국수인 ‘팟타이’와 쌀국수를 주문했다. 면은 리필이 가능했고, 고수를 원하면 무료로 올려준다. 가게 이름 ‘쪼이’는 사장님이 최 씨(Choi)인가 했는데, 베트남어로 ‘작은 오두막’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 씨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작은 오두막처럼 이곳에는 이미 익숙해 보이는 단골들이 몇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저 집 쌀국수와 이 집 쌀국수 중 동네 사람들은 어느 쪽을 더 좋아할까.
하지만 그런 질문이 꼭 필요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조용히 자기 방식으로 쌀국수를 만들고, 또 누군가는 그 태도에 끌려 이 가게를 다시 찾는다. 동네는 그렇게 각자의 속도로 자라는 작은 버섯 같은 마음들이 겹겹이 피어오르며 변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응암로 116 1층
위치ㅣ서대문소방서 건너편
시간ㅣ11:00 - 20:30 (매주 일요일 휴무)
*Break Time 15:00 -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