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 신촌, 사색가를 위한 카페 ‘시트 플레이스’
글&사진 @seodaemun.9 가게. @seat_place
비트겐슈타인… 이름이 멋있다. 그래서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흑백 사진 속 고뇌하는 얼굴이 영락없는 철학자의 이미지다. 무튼 철학이라는 영역도 덕후적인 영역이라, 나는 철학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데, 신촌에서 비트겐슈타인을 아는 사람을, 그 것도 카페에서 사장님과 손님으로 만나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시트 플레이스’에 들어서면 이곳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걸 금세 느낄 수 있다. 낮은 조도와 복잡하게 얽힌 동선은 효율과 회전율을 중시하는 다른 카페들과 확실히 다르다. 좁은 공간을 여러 개의 방처럼 쪼개놓은 구조는 ‘인간 캣타워 같다’, ‘방탈출 카페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의도는 단순하다. 사람들이 가장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사장님은 머무는 사람의 마음을 따라 공간을 설계했다. 누군가에겐 숨을 고르는 방이, 또 다른 이에게는 몰입의 터널이 되는 곳. 그래서 이곳은 사유의 실험실 같다.
김상우 사장님은 처음부터 ‘수익보다 사색’을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는 브랜딩 회사에 다니던 시절부터 ‘본질을 뚫는 사고’를 훈련했고, 그 사고방식이 지금의 공간에도 녹아 있다. 공원 벤치에 앉으면 두세 시간은 거뜬히 내면과 대화를 나누는 습관도 여전하다. 어릴 적부터 사색을 좋아했다는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A4용지에 ‘부모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인가’를 정리하며 스스로의 세계를 구축했다. 휴대폰을 꺼둔 채 다섯 시간 동안 공원에 앉아 있던 적도 있다. 사람들은 실연이라도 당했냐고 물었지만, 그에게 그것은 자기 안으로 잠수했다가 세상으로 다시 떠오르는 숨 고르기였다.
그는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무엇을 걸러낼지’의 기준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시트 플레이스를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자기 기질을 회복하는 ‘사색의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했다. 누군가가 이곳에 앉아 자신의 생각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소파석이라고 한다. ‘테이블이 조금 낮아서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사람을 천천히 앉히게 만든다’면서 그는 그곳을 ‘가장 한가함을 잘 느낄 수 있는 자리’라고 했다. 불편함마저 사유의 일부가 되는 자리. 그렇게 시트 플레이스는 오늘도, 사색의 기질을 위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시트 플레이스는 일종의 실험이다. 사람들이 각자의 기질을 회복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색할 수 있도록 돕는 실험. 그는 이 공간의 실험이 곧 완성되면, ‘사색을 서포트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철학과 예술, 대화와 사유가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새로운 장소를 구상 중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소파석이다. '테이블이 조금 낮아서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사람을 천천히 앉히게 만든다'면서 그는 그곳을 '가장 한가함을 잘 느낄 수 있는 자리'라고 했다. 불편함마저 사유의 일부가 되는 자리. 그렇게 시트 플레이스는 오늘도, 사색의 기질을 위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주소ㅣ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로11길 40 1층
위치ㅣ연대 버스정류장 가는 굴다리 쪽
시간ㅣ13:00 - 22:00 (월요일 15:00 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