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홍제천이 당신을 기다려요 '아트스튜디오 플로'
글&사진 @seodaemun.9 가게. @flot_artstudio
홍제천은 두 가지 풍경을 가지고 있다. 내부순환로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달리기 트랙이 있는가 하면, 복개 도로로 뚝 끊어진 길을 건너 문화촌 쪽으로 올라가면 야트막한 개울이 조용히 흐르는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그곳에는 오래전 어린이집으로 사용되던 ‘주홍빛 벽돌성’이 우뚝 서서 푸근한 얼굴로 홍제천을 마주 보고 있다. 어린이집이 떠난 자리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지금 그곳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음각되는 도자기 아틀리에 ‘아트스튜디오 플로’가 있다.
가을비가 변덕을 부리던 주말 오후, 플로를 운영하는 환희 님의 초대를 받아 공간을 찾았다. 근처에서 커피를 사 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도자기 체험을 시작했다. 1시간 30분가량 이어진 프로그램은 초벌된 그릇에 도안을 고르고, 물감을 입히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환희 님은 필요한 재료를 건네며 자유로운 표현을 이끌어 주었다. 중간중간 고개를 들면 창으로 쏟아지는 햇빛과 홍제천을 거니는 이들의 풍경이 마음을 간질였다.
환희 님은 프랑스에서 배운 도자기의 매력을 전하고자 한다. 그는 창작자를 정해진 틀에 가두지 않고, 각자가 끝내 원하는 형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대화하며 용기를 북돋는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수업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 안의 이야기를 흙으로 꺼내는 과정에 가깝다.
현재 그는 예술 치료도 함께 진행하며, 이 공간이 예술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고 마음을 나누는 아틀리에가 되기를 꿈꾼다. 흙을 빚고, 색을 입히고, 건조를 기다리는 모든 순간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자신을 들여다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각자의 그릇이 완성됐다. 원하는 만큼의 그림이 나오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삐뚤빼뚤한 선조차 그 순간의 흔적이 되기 때문이다. 친구와 함께 와 수다를 나누다 보면 손끝은 물감으로 물들고, 공기에는 흙냄새가 은근히 배어든다. 기다림의 시간조차 느긋하게 흘러가며, 그 사이 마음은 고요히 풀려간다.
흙이 전하는 촉감은 사람들을 조용히 끌어당겼다. 오래된 시골집 마당에서 놀던 기억처럼,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시간이 차곡차곡 쌓였다. 삶의 무늬를 천천히 빚어가는 마당 같은 공간, 플로에서 사람들을 모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환희 님은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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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ㅣ서울 서대문구 간호대로3길 24-8 2층 @
위치ㅣ문화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벽돌건물에 있어요!
시간ㅣ예약제, 시간은 ‘아트스튜디오 플로’ 인스타그램을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