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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새겨진 수작업의 아름다움

150 | 연희동 모자라서 좋아 ‘두두모자’

by 서대문구점

글&사진 @seodaemun.9 가게. @dudu_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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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모자 가게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나는 번화가 어디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야구 모자가게를 떠올렸다. 내가 아는 모자는 두터운 면으로 성형된 원형 뚜껑과 뒤통수에는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 얼굴 크기에 따라 크기가 다른 챙 모양을 모자, 미국 야구팀의 로고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다시, 수제 모자라는 점을 다시 곱씹었을 때, 나의 상상은 한 땀 한 땀 정성을 모자에 새기는 장인의 실루엣을 그었다.


연희동을 부지런히 즐기는 사람들은 사러가마트 주변의 활기보다 궁동근린공원 근처의 고요함을 알고 있을 것이다. ‘두두모자’는 궁동근린공원 쪽으로 더 깊숙한 곳에서 고요함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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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영 사장님은 연희동에서만 7년째, 그리고 모자를 만든 지는 어느덧 20년이 흘렀다고 했다. 그 긴 시간에도 여전히 배움의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하는 그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모자와는 다른 세계를 살아왔다. 원단을 고르고, 패턴을 그리고, 모양을 잡아내는 모든 과정을 손으로 거쳐야만 비로소 ‘하나뿐인 모자’가 완성된다.


대학 시절 의류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머리숱이 적어 모자를 쓰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서울 곳곳의 장인들을 찾아가 배우고, 신사의 작은 모자가게에서 첫 발을 내디딘 후, 수공예 장터와 마켓을 전전하며 스스로의 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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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겸 쇼룸, 누구든 놀러오세요.


이대영 사장님의 공방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연희동 동네 분들과 함께 진행하는 시 모임도 이곳에서 열린다. 아내가 시를 공부하며 제안한 자리였고, 참가자들은 익명으로 참여하며 글과 마음을 나눈다. 며칠 전에는 사색연희에서 진행하는 ‘연희동 반상회’의 연사로도 초대되어, 지역과 문화 속에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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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모자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다양한 모임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빈티지를 좋아하는 남성들을 위한 모임도 열었다. 모자 제작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초중고급으로 나뉜 클래스도 운영하며, 3~4개월 동안 기초부터 응용까지 배울 수 있다.부산에 수제 모자 가게를 내고 싶어서 10월 한 달 동안 연희동에 살면서 모자를 배우려는 수강생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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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넓은 모자의 세계

사장님을 뵙고 파편적이지만 알게된 ‘수제 모자’의 세계를 리스트로 만들었다.


사장님은 3시간에 하나 꼴로 모자를 제작한다고 했다.

얼마전 아랍에미리트 왕족(으로 보이는) 분이 와서 모자를 제작해갔다고 한다.

전세계에서도 수제 모자 장인은 사라지고 있는 추세.

야구모자가 만들기 제일 어렵다. 각종 도구와 기계가 더 많이 필요하다.

필립트레이시 Philip Treacy라는 영국의 수제모자 브랜드의 장인 중 한 명이 한국 분이라고 한다. 코로나 때 알게 되서 1년 동안 서로 많이 배웠다고 한다.

모자 복원도 가능하다. 모자에 대한 스토리를 듣고 할 수 있으면 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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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444-90

위치ㅣ궁둥근린공원 입구 방면, 평화교회 앞

시간ㅣ10:00 - 18:00 (매주 토,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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