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점 149 | 연희동 어쩌다 들어간 분식집 '도마소리 김밥'
글&사진 @seodaemun.9 가게. 도마소리김밥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는 어려서부터 시 쓰는 일에 재주가 있었다. 하지만 엄마로서, 그 시대 여성으로써 살아오느라 개인이 가진 재주를 마음껏 펼쳐보지 못했다. 이 땅에는 수많은 애순이가 마음 한편에 소녀를 품고 문화센터에서 그림과 시를 배운다.
비록 드라마가 정교하게 오려진 이야기일 테지만, 우연히 들린 분식집에서 나는 꿈과 고군분투하던 애순이가 떠올랐다.
가려진 커튼 틈으로 분식집에서 보기 드문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눈망울이 촉촉한 말 그림이었다. 화풍은 구스타프 클림트와 샤갈을 모방했지만, 그 둘은 특별히 말 그림을 그린 적 없으니, 가게에 걸린 말 그림은 분명 사장님의 고유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림에 관해 물어보았더니 사장님은 대답하셨다. “말 눈이 예쁘잖아요.”
사장님은 연신 자신의 그림이 부끄럽다며, 배운 적 없어서 명암도, 원근감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완벽히 묘사하는 데 실패했지만, 자신만의 느낌에 다가가려는 시도는 아무나 하지 못한다고, 화가조차 어려운 일이라고 말씀드린 사이 주문한 라면이 다 익었다.
라면과 참치김밥을 먹다가 고개를 돌렸더니 특이한 메뉴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홍어 무침 김밥이었다. 맛나게 버무린 홍어 무침이라는 소개와 함께 ‘예전 잔칫집에서 먹었던’ 기억도 녹아있는 메뉴였다. 홍어 무침 김밥은 어디서 보고 개발하신 메뉴일까. 참신한 메뉴 아이디어 덕분에 사장님이 참 귀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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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5길 27 2층
위치ㅣ목란 근처!
시간ㅣ09:00 - 21:00 (매주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