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크리스마스 트리는 누가 설치했을까?

연희(延禧). 기쁨이 이어지는 동네

by 서대문구점

연희동 골목에 상인들이 직접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한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넘기다 우연히 발견한 장면이었다. 길가의 트리는 보통 시즌이 되면 구청이나 브랜드의 마케팅 일환으로 설치되기 마련인데, ‘자발적으로 시작했다’는 문장이 눈에 사진처럼 찍혔다. 그래서 곧장 DM을 보냈다. 연희동에서 조경 스튜디오 ‘니나의 정원’을 운영하는 안선애 사장님이었다.



처음에는 서대문구점에 작게 실어볼 마음으로 만났다. 그런데 이야기는 생각보다 깊었다. 사장님은 작년 겨울, 유독 조용했던 연희동 상권을 보며 골목에 밝은 불을 선물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인근 가게들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꺼냈고, 그렇게 시작된 ‘연희 크리스마스 타운’은 상인들이 힘을 모아 자비로 진행됐다.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중기청 지원을 받아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서대문구 김동아 의원과 김규진 의원의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 조건은 연희동 상인회를 결성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연희동 상인회 ‘우연희’가 만들어졌다.




올해 프로젝트는 아트워크룸의 김예본 사장님이 주도했다. 그는 이 풍경이 상권을 살리기 위한 이벤트라기보다, 이 동네에서 계속 장사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태도에 가깝다고 말했다. 트리를 꾸미는 날이면 꽃집들이 모여 사다리를 나르고 전선을 정리하며 가게 앞 나무를 함께 완성한다. 그래서 이 나무들은 어느 한 가게의 장식이 아니라 골목의 것이 된다.


연희동의 크리스마스 타운은 행정이 설계한 풍경이 아니다. 동네의 또 다른 주민인 상인들이 손을 보태 만들어온 겨울이다.


연희(延禧). 기쁨이 이어지는 동네라는 이름처럼 이 풍경도 내년으로, 또 그다음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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