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벽돌 히스테리

북가좌동에는 빨간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많다.

by 서대문구점

북가좌동에는 빨간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많다. 아마 1970년 대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주거와 상업 공간의 수요가 늘어났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가장 값싸고 운반이 쉬운 소재인 빨간 벽돌로 건물을 지은 것으로 알고 있다. 늘 격렬하게 현실과 타협하는 건축의 미학 덕분에 비슷한 층수에 형태가 비슷하고 빨간 벽돌로 소재가 통일된 건물들이 줄지어 올라서 도시는 통일감을 가졌다. 하지만 곧 우리 가게의 생존을 위해 ‘우선 눈에 띄기’ 를 선택하고 만다. 획일화된 빨간 벽돌 위에 다른 소재를 덧바른 변형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 결과적으로 건물 하나만 보자면 예쁘겠지만 거리 전체로 놓고 보았을 땐 미감을 헤쳤다. 거리의 규칙성이 파괴된 결과였다.


거리를 개인으로 놓고 볼 때 우리는 가끔 규칙의 미학을 터부시한다. 반복적인 행위를 지루해하며 통일감을 유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침범한다. 물론 기존의 패턴을 뒤엎는 시도는 동시대가 원하는 창작행위지만 때때로 우리는 무작정 권태에서 탈피하여 시작점을 찍기 위해 걸어온 규칙을 파괴한다. 돌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우리 친구들처럼. 그 친구들은 자신의 건축 베이스에 ‘학습력’이 있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일까. 건축으로 치면 설계 단계로 볼 수 있는 청소년기에 자신만의 규칙과 건축 소재 (혹은 갈고닦을 삶의 무기)는 결정된다. 즉, 청소년기에 자신의 건축 소재에 ‘학습력’이 없다면 ‘학습력’이라는 소재를 삶에 덧댈 필요가 없다는 것.


새 출발을 위해 꼭 재건축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현재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면의 본질만을 남겨둔 채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어울리는 소재를 최소한으로 입히면 된다.


2022.03.29. 빨간 벽돌 히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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