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사는 것

잘 먹고 계신가요?

by 서대문구점

우리말은 유독 '먹다'와 관련된 문장이 많이 보인다.


욕을 먹다, 나이를 먹다, 까먹다.

심지어 직업의 정의도 '먹고' 사는 일로 기준 잡는다.


언어는 삶 속에서 나오듯, 이 땅의 삶은 '배고픔'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유독 '먹는' 행위에 온 신경이 쏠렸으리라. 사람까지 잡아먹었던 경신 대기근과 6.25. 휴전 이후 미군을 쫒았다니며 얻어낸 부대찌개까지. 늘 '먹는' 것은 삶의 존속과 맞닿아있었다.


요즘의 '먹다'는 어떨까? 우리는 잘 먹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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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끼니는 궁핍해지고 있다.

'바쁜 현대인'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쓴 우리의 끼니는

밀키트, 패스트푸드 등 '간편함'에 점령당했다.

과연 우리는 잘 먹지 못할 정도로 바쁠까?


다이어트의 어원은 그리스어 'diaita (디아이타)' 에서 유래되었으며, 뜻은 'way of life'.

즉, 삶의 방식으로서 적절히 먹는 것이다.


그러나,


근래의 다이어트는 '살까기'이며, 다수 현대인이 평생을 지어야 하는 멍에처럼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음식은 기억으로 먹는다.


저녁을 준비하는 주방에서 불어오는 음식 냄새 만으로 오늘 저녁 식사에 나올 반찬을 기대하며 콧노래를 부르던 기억은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법한 기억이리라. 행복하지 않은가. 이렇듯 조리과정을 함께 기다리고 한 식탁에 둘러앉아 오가는 대화의 기억은 음식의 '맛'과 합쳐질 때, 그 음식은 '맛있는 음식'으로 각인될 수 있다.


(할머니 손맛에 기억이 짙은 나는 어떤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이라면 왠지 더 맛있다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할머니가 해주신 맛이랑 같다는 착각까지 할 정도. 실재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본다면 못 맞추겠지. 최근에 그런 예능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배달에 의존한 끼니는 이러한 상호작용 과정을 생략한다.

포장된 음식을 받는 순간, 그 음식은 뜯고 먹고 치우는 과정으로 소멸된다.


어설프더라도 차려 먹는 시간을 가져보자. 내가 아끼는 사람과 함께 말이다. 솜씨가 없더라도 우당탕탕 소리와 함께 차려진 그 음식은 맛있는 기억을 선사해줄 것이다. 그리고 영혼의 일부분을 채워줄 것이다.


'인간 영혼의 가장 질긴 끈은 위장에 연결돼있다'는 작가 요네하라 마리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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