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테에 베인 그 날의 경험
재즈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던 나를, 자연스럽게 재즈의 맛을 알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동료가 있었다.
재즈가 뭘까 고민하던 어느 날 대뜸 옆자리에 앉은 동료에게 물었다. 내 동료는 재즈 피아노를 전공한 터라 재즈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기에 내 호기심의 추상을 형상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던졌다. 초심자만이 할 수 있는 초보적인 질문을.
"재즈는 뭐 들어야 해요?"
뭘 들어야 하냐니..오직 어린아이나 할법한 초보적인 질문. (주호민 씨라면 바로 스캣을 보여주었겠지) 너무도 방대해 마치 태평양 한가운데에 던져진 송사리 잡는 그물만 한 크기의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 동료는 잠시 고민하더니 곧바로 유튜브를 뒤지기 시작했다.
초콜릿을 먹어보지 못한 아이가 초콜릿 맛이 무어냐 물어본다면 초콜릿을 먹여보라고 했던가. 동료는 재즈 몇 곡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주 스탠더드하고 듣기에 편안한 곡이어서 가만히 들어낼 수 있었다. 듀크 조던의 Everything is Happens to me라던가, 빌 에반스의 Waltz for dabby처럼 귀에 걸리는 곡은 내 PC의 유튜브로 좋아요 해두었다. 그날 이후 한동안 얼음 물에 커피가 번지듯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번지고 내 관심사도 재즈로 물들었다. 많이 들으며 읽어내면서 나만의 맥락을 짚어 현재에 이르렀다. 뭐든 스윙할 수 있는 사람으로.
돌이켜보면 나에게 시간을 할애해 음악을 들려준 마음이 고마워 그때가 가끔 떠오른다. 첫째는, 나의 질문을 찬찬히 살펴본 뒤 눈높이에 맞춰 음악들을 골라주었다는 배려심과 루이 암스트롱과 닐 암스트롱도 구분 못하던 초심자의 무지를 당연함의 영역으로 감싸준 참을성이 따뜻했다. 음악도 남고, 사람도 남고, 기억도 남은 그날이 나이테에 베어 있다. 여러 가지 마음들이 뒤섞여 윤색되었을지라도 그날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