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에서 추출한 물감

오늘의 관행, 내일의 악습

by 서대문구점

한때 유럽에서는 물감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미라를 사고팔았다고 한다. 무려 4세기 동안 벌어진 일이다. 약 16세기부터 유럽 회화에서 인기를 끌었던 '머미 브라운 (Mummy Brown)'이 오랜 세월 인간이 자행해온 충격적인 악습 행위이자, 야만적인 거래였다.


iStock-953825334.jpg

이집트인들은 인간이 죽으면, 죽었을 때 당시에 소유하고 있던 육체로 저승에 간다고 믿었다. 그러나 시체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력과 재화, 보관 장소(피라미드) 등이 투입되어야 했기 때문에 이 종교적인 환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미라 대상자는 극히 한정적이었다.


머미브라운의 색감은 미라의 제조과정에서 몸속으로 침투한 식물이나 곤충, 미생물 등에 의해 오랜 세월 걸쳐 일어난 화학작용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탄생한 특유의 농도 진한 갈색이 당시 유럽인들에게 매력적인 안료이자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 심지어 머미브라운 사업은 꽤 최근까지도 지속되었는데, 1810년에 설립된 영국의 런던에 본거지를 둔 미술 용품점인 C. Roberson and Co. 는 20세기까지 머미 브라운의 튜브를 팔았다고 한다.

0f8ba628b84dbdcbacc7d306d020946a5c2b77d2a97654f235a656b4754e9c1cff13f0ae6434e753840aa583375f1bec9af570e5d19679d34c76145b07bf71e8676ba6ef08d8279dce28e19ef8840aab60da83ed221236d1b5836bb3d43723a8.jpeg 들라크루아 -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

이처럼 인간성을 정교하게 갈아 넣은 머미 브라운은 여러 서양화 명작에도 등장하는데, 유진 들라크루아의 명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대표적이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그림자와 피부톤 풍부하게 한 브라운 톤은 머미 브라운을 사용해 연출했다. 시체를 밟고서 자유를 부르짖는 역사적인 모습이 시체에서 추출한 색으로 그린 그림이라니, 모순이다.


머미 브라운 사업은 대중들이 색소의 기원을 알게 되자 빠르게 상품성을 잃었다. 그러나 상품성 하락에는 색소의 기원을 알 차린 대중들의 양심만 반영된 것이 아니다. 물감 자체가 상품성을 잃은 것인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갈라짐 현상이 짙게 일어나는 경향도 한 몫했고, 공급 부족으로 인해 른 화학 안료나 광물 안료로 대체되었다.


090209-mummies-hmed-10a.jpeg


과연 오늘날에는 이와 같은 관행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16세기의 유럽인들은 그 행위가 야만적인 행위임을 알고 저질렀을까? 그렇다면 1904년 6월 30일, 영국의 신문 '데일리 메일' 한 면에는 "물감 재료로 사용할 미라를 구한다"는 광고는 무어라 설명할까. 그저 도덕적 해이가 일어났다고 지나갈 일일까.


어제의 관행이 오늘의 악습이 되었듯이 오늘의 관행도 내일의 악습이 된다. 우리는 현재 어떤 미래의 악습을 저지르고 있을까. 왠지 나는 커피를 의심해보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구글 지도로 보는 예술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