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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Dec 28. 2018

하정우가 왜 영어를... ‘PMC:더 벙커’

- 'PMC: 더 벙커 리뷰'

영화 : 더 테러 라이브(2013)

더 테러 라이브는 기분 좋은 충격을 주는 한국 영화였다. 거의 모든 장면이 세트에서 진행되는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 긴박한 연출로 엔딩까지 관객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다. 하정우라는 미친 배우의 탄탄한 연기에 빚진 부분도 상당 부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각본과 연출만으로 신선한 재미를 제대로 뽑아다.     

 

영화: PMC: 더 벙커(2018)

‘PMC: 더 벙커’는 감독의 전작과 비교해서 스케일과 퀄리티는 높아졌지만 오히려 재미와 설득력은 반감되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럴듯한 분위기로 뭉개고 간다는 느낌이다. 카메라를 흔들고, 적재적소에 적당한 효과음과 음악을 배치하고, 배우들의 감정이 상황에 딱딱 맞게 터지기 때문에 기술적인 긴장감은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보는 이에게 와닿지는 않는다.     


‘PMC: 더 벙커’의 개연성은 구색만 맞춰놓은 수준이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 ‘킹’을 잡기 위해 일개 불법체류자 용병단(민간군사기업이라고는 하지만...)을 쓴다는 것부터 조금 무리수다 싶은데다가 교신도 내내 작위적이다. 무전이 되었다 안 되었다하는 타이밍은 합을 깔끔하게 맞춰놓은 듯 기가 막히게 절묘하고, 인이어 하나가 여기 저기 연결이 되어있는데 어찌 보면 모든 대화가 공유되는 것 같고, 어찌 보면 그때그때 개인통화를 하듯 단절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에이햅(하정우)이 6년 간 단 한번도 실망시킨 적 없는 최고의 리더라더니, 막상 작전 수행 중에는 내내 우유부단하고 감정적이다. 하나하나 따지기엔 치사할 정도로 별게 아닌데 그런 허술한 설정이 전체적으로는 너무 많아서, 결국에는 영화 전체의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만다.      

영화: PMC: 더 벙커(2018)

이번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은 아마도 ‘대사’일 것이다. 하정우의 영어 대사가 지나치게 많다. 자막 없이도 자연스럽게 극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영화가 가진 몇 안 되는 장점이다. 자막 때문에 외국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관객들도 많다. 그런데 ‘PMC:더 벙커’는 거의 헐리우드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영어대사가 많다. 하정우는 영어를 제 몸과 같이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니다. 무조건 네이티브 수준의 발음을 구사해야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가 영어 발음과 뉘앙스에 신경 쓰느라 자연스러움은 떨어지고 불편함은 더 커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언어의 한계 때문에 그의 언터쳐블한 연기까지도 반감된다.     


‘대사’의 문제는 또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이선균’의 캐스팅은 완전히 실패로 보인다. 그의 어색한 북한말투는 몰입을 방해하는 데 충분하다. 이선균의 북한 말투에는 일관성이 없다. 대사의 절반은 남한사람이고 절반은 북한사람 같다. 하정우와 브로맨스를 만드는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선균은 ‘킹’을 살려야 한다는 대단한 사명감이나 절박함이 보이지 않북관계자처럼 묘사되어 있다. 북한사람이라는 정체성이 극도로 희미하다.

영화: PMC: 더 벙커(2018)

풍부한 저음(과 거기에서 비롯된 뭉개지는 발음)은 이선균의 장점이자 단점일 텐데, 이번 영화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북한 어휘와 만나면서 완벽한 단점으로 굳어졌다. 무슨 말을 한 건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지점이 꽤 있었던 데다가, ‘괜찮다.’의 북한말인 ‘일없다.’는 너무 남한 사람의 말투로 표현하는 바람에 정말 ‘별일 없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     


참신한 시점과 설정은 분명 시작단계에서 흥미를 끌지만 그 신선함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PMC:더 벙커’는 다소 아쉬운 영화로 끝나버렸다. 영화의 후반부 액션은 장르적 쾌감을 한껏 끌어올리지만 무리수에 가까워 보였다. 최악의 영화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훌륭한 배우와 대단한 데뷔작을 만든 감독에게 건 기대 탓에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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