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볼살

- 남자는 왜 여자친구의 볼을 뭉개는 걸까

by 서댐
지영이가 보고싶어.


친구도 울상이었다. 나는 친구에게 외롭지 않느냐고 물었고 친구는 탁한 어둠이 자리잡은 자취방 천장을 보면서 대답했다.


지영이는 내가 손가락을 턱밑에 대면 자동으로 웃었어. 내가 막대사탕처럼 웃어보라고 했거든. 내가 턱 밑에 검지손가락을 이렇게 댈 때면 걔는 늘 환하게 웃는 막대사탕이 되어주었던 거야. 그 탱탱한 볼살이 옆으로 밀리면서 웃어주는 얼굴이 진짜 귀여웠는데.


친구는 초점 없는 눈빛으로 그렇게 아련한 말을 쏟아냈다.


친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도 그 애의 볼 살을 떠올렸다. 남자는 여자의 볼을 양손으로 누르면서 입술이 붕어같이 변하는 모습을 사랑한다. 내가 아는 모든 남자들은 여자친구에게 그런 행위를 했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장난스럽게 누르면, 그녀의 볼은 뭉개지면서 입술이 애교있게 툭 튀어나왔다. 약간 벌어진 채로 뻐끔대는 그녀의 얼굴은, 단언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아기보다 귀여웠다.


친구도 그랬나보다. 친구도 그때를 회상하면서 웃음지었다.


지영이 볼을 뭉개면 입술이 붕어처럼 변하는데, 그럼 나는 뻐끔뻐끔해보라고 했어. 지영이가 입술을 그렇게 해주면 나는 거기에 뽀뽀하고. 근데 있잖아? 걔가 삐지면 그걸 안해줘. 입을 확 다물어버린다구. 그럼 나는 걔의 코를 막는거야. 그럼 걔가 숨을 쉬려고 입을 떼는 순간 뽀뽀를 콱 해버리고. 그러다 같이 웃고 그랬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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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도 그랬냐? 나는 있잖아...


우리는 그렇게 번갈아가면서 비슷한 추억을 하나씩 풀어놓았다.

걔는 그랬구나. 나는 이랬는데. 너넨 그랬구나. 우린 이랬는데. 하면서.

둘다 헤어진 주제에 아직도 ‘우리는’ ‘너네는’ 이라고 발음하는 게 꽤 낯설고 어색했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새벽 두 시에 대학 졸업반 남자 둘이서 헤어진 여자친구 얘기를 하며 밤을 새우는 꼴이라니.

너무 청승맞다고, 그만하자고 했다.


새벽은 깊었는데 잠은 안 오고. 그 애의 볼살이 아른거려서 나는 내 볼살을 한번 꼬집어보았다. 양 손바닥으로 눌러도 보았다. 내 입술이 붕어처럼 삐져나왔다.


뻐끔뻐끔하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 고개를 돌렸더니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쑥스럽게 웃었고 친구는 병신... 이라고 중얼거린 것 같았다. 민망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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