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외로움에 대한 긴급처방

- 부끄러운 증상에 대한 후기

by 서댐

꼴보기 싫지만. 사무치게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면서 거뭇한 오후의 하늘과 구름을 보면서 그런 기분을 느꼈다.

아. 정말 외롭다. 다리가 없는 사람이 푸른 벌판을 보면서 마구잡이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아마 이럴까.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이 외로움에 얹혀서 마구마구 외로웠다. 지하철이 덜컹일 때마다 우는 사람을 놀리며 찌르는 손가락처럼 내 울컥하는 마음을 흔들었다. 울지는 않았지만 그야말로 넋놓고 울고싶어질만큼


외로웠다.


그런 기분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침착해.침착해. 위로하는 내 이성도 굳건히 한쪽에 남아서 나를 쓰다듬었다. 이럴 땐 생각해야했다. 무엇이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이 감상에 휩쓸리고 마니까 외로움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외로움이란 뭘까? 분명 병은 아닐텐데 병처럼 나를 완전히 지배하고. 순식간에 나아지지는 않는 걸 보면 일종의 질환은 맞는 것 같다.

외로움은 가벼운 정신병이거나 혹은 바이러스가 실제하는 내과적인 병이 아닐까싶기도 했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다.
누군가 꼭 끌어안고 싶다.
좋아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싶다.
볼을 비비고 입을 맞추고 싶다.
누가 나를 쓰다듬어주거나
내가 누굴 쓰다듬어주고 싶다.


이 모든게 생각날 때 당장 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런 기분이 들었다'고. '빨리 만나자'고

얘기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순간적으로 나를 괴롭힌 바이러스의 구조는 저랬다.


약은 있나요. 약은 없습니다. 근원적인 치료가 어려우니 일단은 진통제를 처방해드리죠.


나의 이성은 내가 더 망가지기전에 나름대로 진단과 처방을 내려주었다.


외로움에 진통제가 있을리 없으니 비슷한 성분의

음악을 듣고 눈앞을 교란하는 어떤 것이라도 쳐다보면서 주의를 돌렸다.


노래가 두 세곡 끝나고

무의미한 풍경이 일정하게 지나가고

전봇대의 전깃줄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걸 쳐다보고 있으니 꽤 마음이 진정됐다.


급성 외로움으로 위험한 하루였다.


혹시 누군가 나와 같은 증상이라면 가까운 사랑을 찾으시거나

진통제를 복용하시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고독하고 싶은데 자꾸만 외로워지는 고질병이


종종 불편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