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어져 간 순간에 대한 애도
대학시절에는 늘 자취를 했었다.
남자 동기들과는 고르게 친했기 때문에 나는 매학기 조건이 맞는 친구들과 원룸에서 생활을 했다. 졸업할 즈음에는 같이 자취해보지 않은 친구가 없었다.
한학기는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고, 학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친구들과 마지막 밤을 같이 보낼 때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불을 다 끄고 어두운 방에 누워 천장을 보면서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학기 내내 같이 잠드는 건 너무나 익숙한 일이었고 매학기마다 늘 마지막이 있다는 것이 적응되지 않았다.
4학년 1학기. 유독 정서적으로 잘 맞았던 친구와도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되었다. 시 쓰기를 좋아하고 글쓰는 데 재능이 있던 친구. 조용하고 사려깊은 친구였다.
우리는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깊게 교류했다. 거의 매일 새벽 세네시까지 잠을 자지 않고 같이 이와이 슌지의 영화를 보거나, 각자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4학년 1학기의 마지막 밤. 천장을 보며 누워서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우리만의 방에서. 이 게으른 생활이 당장 내일부터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추억이 된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친구도 끄덕였다.
오늘까지는 아주 흔한 일상이었지만 내일부터는 아마 앞으로 우리가 죽을때까지. 같이 잠자는 일이 채 열 번도 되지 않을거라고.
삶을 살아가다보면 어떤 마무리의 순간마다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 애써도 벌어지기 힘든 일이 된다.
나는 올 봄 졸업이란 걸 하고. 그 친구와는 한 두번 형식적인 연락을 했다. 마음이 멀어져서가 아니라 뚜렷한 계기없이 그냥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아마 이 빈도는 조금씩 줄어들고 띄엄띄엄해질 것이라는 것도 느껴졌다.
사랑하던 그녀와 헤어지던 날. 이미 관계는 살얼음을 걷듯 위태로웠다. 밥 먹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어색하게 턱만 움직였다. 나는 그때 이별을 직감했다. 그녀를 보내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이대로 보내면 마지막이 될 것이란 걸 알았다. 마지막으로 꼭 안아보았다.
아마 느꼈을까. 내 품에서 서럽게 울던 그녀였다.
마지막으로 안고 있던 내 품속의 그녀가 참 따뜻했다. 마지막이 되는 그 순간까지도 그녀는 세상 그 무엇보다 나에게 가까이 있었다.
그렇게 그녀를 보낸 이후로 나는 다시는 그녀를 안을 수 없었다.
일상이 추억이 되고. 흔한 것이 희귀한 것이 되는데에는 찰나의 시간이 필요할 뿐인데
그 결과는 영원처럼 멀다.
나는 그 무수한 일상들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늘 혼란스럽다.
그래서 이런 문장을 끊임없이 적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아름다운 순간들은 마지막이 될 때까지 너무나 가까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건 참 슬픈 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