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침같은 기억이 튀어나오면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사랑이란 걸 했다니.
시도때도 없이 카톡을 하고. 전화를 하고. 떨어져있는 그 공백의 시간마저도 서로를 향한 질문으로 가득 채웠었다니.
길거리의 저 수많은 연인들 중 내가 한 사람이었다니.
기념일마다 작은 선물을 챙기고, 주말은 연인을 위해 시간을 꼭 빼서 맛있는 걸 먹으러 가고.
노래를 불러주고. 그림을 그려주고. 시를 써서 보내고. 여자친구 가족들의 근황을 챙기면서 때로는 같이 밥도 먹고.
같이 잠을 자고, 서로를 쓰다듬고 코를 부비면서 볼을 맞닿으면서 그렇게 가깝게 붙어있었다니.
내가 그 어렵고 복잡한 것들을 나의 미숙한 몸과 마음으로 차곡차곡 해 나갔다는것이 믿겨지지 않는 순간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이란 걸 했다니.
이따금씩 너를 그리워하면서, 이제는 내가 그리워하는 것이 지금도 살아있는 너인지. 그때의 우리인지 어렵게 헷갈린다.
그리운 것이 지금의 너라면 조금의 용기라도 짜내어 달려갈텐데. 사실은 지금의 생활이 참 편하고 나름대로 적성에 맞아서 그런대로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의 너는 아닌것 같지.
그리운 것이 그때의 우리라면, 돌아오지 않을 나날을 참 실속없이 떠올리고 있을 뿐인데. 이런 실속없는 생각을 그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가끔 서글프다.
여전히 길을 걷다보면 너와 먹었던 음식들과 너와 걸었던 길들은 변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 있다.
내가 돌아보지 않으면 나보다 조금 떨어진 뒷쪽에서 그때의 너와 내가 아직도 걷고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불쑥 기침처럼 머리속에서 튀어나온다.
아직도 나에겐 너의 말투가 남아있고. 랑방 향수를 쓰는 여자들은 어찌나 많은지. 길을 걷다가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때의, 그날의, 너를 잠깐씩 떠올리는 순간이면 나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던 그때의 나를 동시에 떠올리면서 중얼거리고 있다.
하.
내가 사랑이란 걸 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