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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덕준 Sep 10. 2016

다음 생에는 내가 너를 가져갈게

서덕준




내 숱한 일기장에 붉은 잉크로 적히곤 했던 나만의 Y야.

파도의 끝자락 같이 고왔던 너의 어깨에 장미 덩굴처럼 파고들던 나의 파란 포옹을 기억하고 있어?


네가 가는 길마다 꽃잎으로 수놓을 수만 있다면 나는 온갖 화원의 꽃 도둑이 될 수도 있었고,

너를 너의 꿈결로 바래다줄 수 있다면 다음 생까지도 난 너를 내 등에 업힐 수 있었어.


새벽에 가만스레 읊조리던 기도의 끝엔 항상 너와 내가

영영코 끊을 수 없는 오색의 밧줄로 감기는 세계가 존재하곤 했지.


Y야. 너의 살굿빛 피부에 잠을 자던 솜털을 사랑했고, 눈동자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을 사랑했고,

너와 함께 했던 그 시절을 사랑했고, 교실 창밖에서 불어오던 꽃가루를 사랑했고,

너의 웃음, 너의 눈매, 너의 콧날과 목선을 사랑했어.


다음 생에는 내가 너를 가져갈게, 나만의 Y.




/ 서덕준, 다음 생에는 내가 너를 가져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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