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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덕준 Oct 17. 2016

그런 밤이 있었어요

서덕준




한 뼘도 더 차는 달이 뜬 적 있었어요.

비에 젖은 빨래처럼 늘어진 가로수를

한 아름 푸른 물로 적시던 그런 밤이 있었어요.


바람 한 점, 별 한 줌

찾아오지 않던 그의 못난 방에도

오늘만큼은 달빛이 몰아닥쳐요.

푸른 물에 설움 다 씻으라는 듯 흘러넘쳐요.


숨이 막혀 뛰쳐나온 그는

차게 젖은 눈썹을 털고

달빛을 한 아름 삼켜요.

목이 터져라 들이마셔요.


 
젖은 얼굴을 가릴 만큼 큰 달이 뜬 적 있었어요.

지친 목에 담겨

다시 한 번 그를 일으켜 세우던


그런 밤이 있었어요.




/ 서덕준, 그런 밤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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