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한 뼘도 더 차는 달이 뜬 적 있었어요.
비에 젖은 빨래처럼 늘어진 가로수를
한 아름 푸른 물로 적시던 그런 밤이 있었어요.
바람 한 점, 별 한 줌
찾아오지 않던 그의 못난 방에도
오늘만큼은 달빛이 몰아닥쳐요.
푸른 물에 설움 다 씻으라는 듯 흘러넘쳐요.
숨이 막혀 뛰쳐나온 그는
차게 젖은 눈썹을 털고
달빛을 한 아름 삼켜요.
목이 터져라 들이마셔요.
젖은 얼굴을 가릴 만큼 큰 달이 뜬 적 있었어요.
지친 목에 담겨
다시 한 번 그를 일으켜 세우던
그런 밤이 있었어요.
/ 서덕준, 그런 밤이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