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덕준 Mar 01. 2017

은색 철제 거울

서덕준




방 불을 끄고 창을 닫고 나를 음소거한다
은색 도금이 벗어진 철제 거울에 비친다 누가
표정에는 단어가 남아있지 않지

너는 오늘 몇 번이나 비늘이 벗어졌니
어느 버려진 어항의 수면처럼 시퍼렇게 일렁거리지
거울에는 아빠의 내려앉은 척추처럼 먼지가 촘촘하다
거울 속 너는 몇 겹의 우울을 껴입었니
근데 네가 설마 나는 아니지
방 불을 다 껐는데도 우울은 늑대처럼 으릉거리고
나의 못난 얼굴만 그대로 드러난다 날것으로
거울을 돌린다 천장을 비춘다 나보다 덜 검은 곳을
누가 검은 탁자에 이끼처럼 눌어붙는다 나는 종료한다




/ 서덕준, 은색 철제 거울






매거진의 이전글 밤은 죄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