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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덕준 Apr 09. 2017

우주행 러브레터

서덕준




호흡이 네모나다.

원고지 칸칸에 적히는 자음과 모음.

우주만 한 너를 잉크로 빚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네 이름 첫 자음인 ㅂ을 적으면

별, 바람, 밤하늘, 봄비 같은 것들이 문장 위로 떠다닌다.

무슨 말을 쓸까. 너는 무슨 단어가 필요할까.

내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낱말을 너에게 주겠다.

원고지에 나를 다 쓰겠다.


우표에 가만히 입을 맞춘다.

이 편지를 받는다면 너 또한 우표 위로 가만히 입을 맞춰 줘.


호흡이 네모나다.

우주만 한 너를 잉크로 빚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원고지 칸칸에 적히는 너의 두 번째 이름은 우주, 전부.




/ 서덕준, 우주행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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