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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덕준 Aug 03. 2017

밤의 유영

서덕준


너와 밤을 헤엄치는 꿈을 꿨어.


우리는 누구도 발 딛지 않은 섬에 가 닿았어

하늘에는 파도가 치고 아무도 이름 지어주지 않은 별의 군락이 있었지

이름 없는 물고기 떼가 수면 근처를 은하수처럼 헤엄칠 때 네가 그곳을 가리켰어

나는 쳐다볼 수 없었지, 너무 낭만적인 것을 너와 함께 하면 벼락처럼 너를 사랑해버릴까 봐.

네가 나를 보고 등대처럼 웃었어 잠시 눈이 멀었던 것은 비밀로 할게

네가 무슨 말을 꺼낼 때 고래의 울음이 머리 위를 지나갔어, 너는 내게 불멸처럼 사랑한다 했을까

누구도 믿지 않는 허구의 전설이 너라면 나는 질긴 목숨처럼 믿기로 했어


너는 옅은 거품처럼 사라졌나 꿈 안의 꿈으로 도망쳐버렸나

눈을 뜨니 너는 없고 베개에서 짠내가 났어, 창밖은 여전히 푸른 물로 가득 차 있었지


천 년도 아깝지 않은 유영이었어.




/ 서덕준, 밤의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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