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몇 날 며칠의 꿈을 빚고 줄거리를 땋았더니
오래전 서랍에 숨겨둔 테잎이 녹음되기 시작해
네가 나를 불쑥 껴안은 거야
네 더운 입술이 촘촘한 꿈의 줄눈 사이로 휘파람을 불어넣어
녹음되는 꿈의 동화에 휘황한 배경음악이 되지
사정없이 꽃나무에 나비 떼처럼 잎이 무성해져
별들이 울창해져
내리지 않는 소낙눈을 기다리다 잠에 들었을 때
네가 다시 테잎을 되감아
계절이 겨울 가을 여름 봄 그리고 다시 겨울이 되는 순간
너와 내가 맞잡은 꿈의 깍지 틈새로 눈이 펄펄 내리는 거야
되감은 꿈이 다시 재생되고 눈은 그치지 않고
별들은 울창하고
네 휘파람이 산맥의 능선을 걸어가고 있을 때
테잎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고
우리의 몇 날 며칠 이어진 꿈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 서덕준, 테잎에 녹음된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