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덕준 Jan 24. 2020

테잎에 녹음된 꿈

서덕준


몇 날 며칠의 꿈을 빚고 줄거리를 땋았더니

오래전 서랍에 숨겨둔 테잎이 녹음되기 시작해


네가 나를 불쑥 껴안은 거야

네 더운 입술이 촘촘한 꿈의 줄눈 사이로 휘파람을 불어넣어

녹음되는 꿈의 동화에 휘황한 배경음악이 되지

사정없이 꽃나무에 나비 떼처럼 잎이 무성해져

별들이 울창해져


내리지 않는 소낙눈을 기다리다 잠에 들었을 때

네가 다시 테잎을 되감아

계절이 겨울 가을 여름 봄 그리고 다시 겨울이 되는 순간

너와 내가 맞잡은 꿈의 깍지 틈새로 눈이 펄펄 내리는 거야


되감은 꿈이 다시 재생되고 눈은 그치지 않고

별들은 울창하고

네 휘파람이 산맥의 능선을 걸어가고 있을 때 

테잎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고

우리의 몇 날 며칠 이어진 꿈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 서덕준, 테잎에 녹음된 꿈






매거진의 이전글 진통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