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네가 밤에 전화를 했어
너울거리는 내 오늘의 수면 위로 닻을 올렸어
저 멀리 닿지 못하는 뭍으로 늘 사랑한다 외쳤는데
어쩐지 그날 밤만큼은 손끝이 뭍에 가 닿은 듯했어
전화기 너머로 네 숨소리가 들렸는데
내 머리칼이 흐트러지는 걸 느꼈어
나도 몰래 잠깐 네가 다녀간 걸까
아니면 너에게 도둑 든 선잠에
그 얕은 잠에 네 숨이 와 닿았을까
새벽의 해변에 누워
발끝에는 네 목소리를 파도처럼 재생한 채
찰랑이는 마음으로 나는 그날 밤을 되뇌었어
내게 전화를 걸던 손과 입술에 내 목숨을 엮고
붓꽃 잔뜩 꺾어다가
너를 만나러 가고 싶었어.
/ 서덕준, 네가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