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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덕준 Apr 21. 2020

네가 밤에

서덕준


네가 밤에 전화를 했어

너울거리는 내 오늘의 수면 위로 닻을 올렸어

저 멀리 닿지 못하는 뭍으로 늘 사랑한다 외쳤는데

어쩐지 그날 밤만큼은 손끝이 뭍에 가 닿은 듯했어


전화기 너머로 네 숨소리가 들렸는데

내 머리칼이 흐트러지는 걸 느꼈어

나도 몰래 잠깐 네가 다녀간 걸까

아니면 너에게 도둑 든 선잠에

그 얕은 잠에 네 숨이 와 닿았을까


새벽의 해변에 누워

발끝에는 네 목소리를 파도처럼 재생한 채

찰랑이는 마음으로 나는 그날 밤을 되뇌었어


내게 전화를 걸던 손과 입술에 내 목숨을 엮고

붓꽃 잔뜩 꺾어다가

너를 만나러 가고 싶었어.



/ 서덕준, 네가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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