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팔월 마지막 날 기억나지
짙푸른 폭약처럼 밤이 번지고
숲나비 떼들이 바람의 악보에 걸터앉아
사랑해 사랑해 내 입술을 따라 하던 밤을 너도 기억하지
서로가 찰과의 마음을 안아주자고 월식처럼 고요히 손을 잡고서는,
우리 사이에 사이시옷이 생겼다는 이야기
받침 없는 나에게는 추락뿐이라는 이야기
너 기억하지, 팔월 마지막 밤의 이야기를.
지난 생에도 나는 너를 사랑했을까
굽은 마음으로 너를 업고 우주를 걸을까
미처 눈 감지 못한 그때 그 고백들이
팔월 마지막 날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지.
/ 서덕준, 팔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