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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덕준 Sep 07. 2020

나에게 사랑은

서덕준


나에게 사랑은 천 년을 읊어도 다 읽지 못하는 것

너의 모든 좌절을 와락 끌어안고 투신하는 것

균열 사이로 줄눈이 되어 네 삶을 죄다 메우는 것

아프고 무너져 내리는 건 내가 다 하고 마는 것

네 울음을 한 점도 남김없이 등 뒤로 나직이 숨겨 주는 것

수평선을 네게 내어주고도 그저 너만 떠오르길 바라는 것

세상의 모든 향기로운 고백의 주어를 너로 치환하는 것

너의 그늘을 죄다 훔쳐 버리고 네게는 볕만 내어주는 것

개화하는 만물을 네게 모두 주고 나를 다 꺼뜨리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너만 빛나기를 원하는 것


나에게 사랑은 지금껏 다 적지 못한 어여쁜 모든 것들을

네 손에 쥐여 주는 것.




/ 서덕준, 나에게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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