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고통은 스스로가 죄인 줄도 모르고 덥석 찾아 들어요. 제 집 드나들듯 삶을 들쥐 떼처럼 샅샅이 허물고는 이겨내려고 버둥거리는 나의 완전변태에 통증은 그치지 않는 비가 되고 날개는 젖으며 나는 또 불구의 삶이고.
발끝부터 뿌리를 타고 오르는 염증의 덤불이 씨실과 날실처럼 나를 옭아요. 사는 게 대체 뭔가요? 삶은 곧 지옥과 뜻을 나란히 하기에 우리는 두 손을 톱니처럼 엮어 천국을 기도하는가요? 톱니가 돌고 초침 분침 시침이 돌아 죽음이 얼른 오게끔 하려고 기도하는가요.
체한 삶이 너무 얹혀서 하루가 자꾸 길어져요. 그럴 때마다 손을 따곤 했고 삶에 방점이라도 찍는 듯 마침표처럼 고이는 검은 물을 밤새 매만지며 잠에 들곤 했어요.
사는 게 대체 뭔가요. 고통에게서 삶을 빌려왔기에 이렇게 아픔을 빚처럼 갚아내는가요? 엔딩은 있는가요.
/ 서덕준, 엔딩은 있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