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내성

서덕준

by 서덕준
슬픔의 내성2.jpg

불 꺼진 현관에

신발을 벗는다


신발 밑창에는

까맣게 웅덩이진 끈끈한 슬픔이 있다

비겁하기만 했던 하루를

하루 종일 비벼 끈 자국들


감당할 수 없이

지구의 껍질 아래로

나를 자꾸 엎드리게 하는

부력이 큰 내 안의 절망


바닥에 볼을 대고 누워

세상이 호흡하는 소리를 듣는다

아름답기도 하지

소라 껍데기에서나 듣던

허구의 이야기인 것만 같은


내성이 생긴 슬픔의 병증


우는 일도

이제는 질린다




서덕준, 슬픔의 내성

매거진의 이전글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