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불 꺼진 현관에
신발을 벗는다
신발 밑창에는
까맣게 웅덩이진 끈끈한 슬픔이 있다
비겁하기만 했던 하루를
하루 종일 비벼 끈 자국들
감당할 수 없이
지구의 껍질 아래로
나를 자꾸 엎드리게 하는
부력이 큰 내 안의 절망
바닥에 볼을 대고 누워
세상이 호흡하는 소리를 듣는다
아름답기도 하지
소라 껍데기에서나 듣던
허구의 이야기인 것만 같은
내성이 생긴 슬픔의 병증
우는 일도
이제는 질린다
서덕준, 슬픔의 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