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서덕준 / 당신은 당신의 것
내려봤자 갈 곳이 없던 우리는
함께 종점까지 갔다
버려진 것은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너는 그만 내리라고 했다
말이 없는 심야 열차에는
네가 있었고 내가 있는 중이다
당신은 나의 것이었는데
입술을 깨물자 어두워지는 열차 안
너는 없고 나만 끝도 없이 철로에 있는데
그까짓 이름 하나 잊겠다고
나는 몇 년 동안 하차하지 못했다
종점에서 한참을 운다
울음의 내부에는
나의 것이 아닌 당신의 것만 있다
떠나고 남은 탈피의 흔적
다 말라버리고 만 애인의 껍질
내렸던 자리에 남아 있던 것은
당신은 당신의 것이라는
그 뼈아픈 절망의 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