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서덕준 / 시로 지은 세계
이 시 제목 어때
너랑 어울리는 것 같아?
어서 들어와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제목의 경첩에다 잔뜩 기름칠을 더했어
네가 시 밖으로 도망가지 않으면 좋겠어
더 넓고 광활하게 시어를 쌓고 쌓아
여기가 시로 지은 세계인 줄도 모르게 할게
벽으로 날아가는 새도 시, 사금이 모래로 숨은 강물도 시
서성이는 행인들도 시, 삼엄한 침엽수들도 시, 자욱한 죽음도 시
생명의 죄목도 시, 죄다 시
시 안에 가두고 싶어
달큼한 이 세계로의 현혹이 영원하도록
수백수천 년 동안
아니 수천 년이 아닌 수천 연聯 동안 말이야
실패가 두렵지 않은 세계를 써볼게
사는 것에 증명 따위 필요 없는 그런
시로 지은 세계를 너에게 써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