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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Feb 11. 2024

제11화 우습다, 그립다

 목포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여전히 창밖을 본다. 혹은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다. 또는 한없이 그림을 응시한다. 그러다 글을 끄적인다.


 ‘우습다. 그립다.’  


 제주의 숙소 창밖으로 비추던 잔잔한 골목길과 멀리 내다보이던 바다가, 구하기 어려운 라라스윗 초코바의 물량이 충분히 많던 근처의 편의점이, 달지 않은 팥소와 쑥향 가득한 빵반죽으로 쪄낸 찐빵이, 소화능력이 부진한 내 위장이 편하게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맛의 식빵들이, 건강한 재료들로 가득 채워진 입을 아주 크게 벌려야 넣어지는 키토 김밥이, 달지 않고 따뜻했던 어떤 향을 품은 칵테일이, 그것들을 둘러쌓고 있던 풍경과 사람들이.


 여행에서 일상을 그리워했던 나는 우습게도 일상에 돌아와 여행 속 날들을 그리워한다.

 그럼 또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 내려진다. 여행 속 날들은 행복했는가. 확실히 진짜 여행을 하는 동안은 행복했다. 또한 진짜 여행 전에 했던 나의 스탭 생활 경험은 진짜 여행의 풍미가 더 짙어질 수 있도록 도왔다.


  어쩌면 나의 행복은 내가 사는 곳의 배경에 달려있는 게 아니라 내가 살아내는 방식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배경이든 그 속에서 맘에 드는 블록 조각을 찾아 나만의 방식으로 조립하고 살아내는 것. 그 방식만 적용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배경이든 소화시킬 수 있는 사람인건 아닐까.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가도록 나를 허락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만 자유를 감당할 수 있을 크기의 사람이 되어간다. 그런 스스로가 대견해 고개를 살짝 숙이곤 누가 보지도 않는데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카페인을 감당하지 못하는 신체를 가진 나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다. 오늘따라 쓴 커피가 유독 달다. 대견함이 달콤한 건지도 모르겠다. 맛이라는 게 꼭 미각에 의해서만 인지되는 건 아닌것 같다. 어떤 누군가는 이런 식으로 달콤함을 맛보지 않겠지만 나라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 굳이 돌고 돌아 직관적이지 않은 달콤함을 맛보곤 한다.


 되돌아보건대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내가 그려낸 그림말이다. 거시서 풍기는 직관적이지 않은 달콤함이 나는 꽤나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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